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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No Man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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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원 Feb 18. 2022

야, 너가 K-POP이면 다냐!?

다소 이른 나이의 뮤직비디오 감독 은퇴 선언

작년 한 해는 정말이지 "죽고 싶다."라는 생각뿐이었다. 정말 조금은 진지하게 "세준이와 와이프를 위하여 5억 정도만 모아 놓고 죽어버리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뿐이었다. 왜 그랬을까 하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나의 직업은 지난 10년 동안 지나치게 무례한 사람들을 나에게 끌어들였고 나 또한

서서히 그들에게 물들어갔다. 거짓말쟁이, 사기꾼, 약쟁이, 온갖 나쁜 놈들이 내 주변에 득시글거렸다. 내 정신은 그들 사이에서 피폐하게 망가져 갔다.


돈은 없으면 지옥 같았고 생겨나도 이내 모두 사라져 버렸다. 혹은 운 좋게도 쓰는 것 이상으로 돈이 잘 벌리는 나날이 되어도 나는 전혀 행복을 느낄 수가 없었다.

돈이 없어서 32살까지 생지옥에서 살아온 나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과 믿음이 와장창 깨어져 버린 순간이었다. "돈이 있어도 행복하지 않다."라니.. 세상에.. 너무한 일이다. 물론 돈까지 없으면 참을 수 없이 불행해지기에 열심히 돈은 벌어야겠지. 당근은 없고 채찍만 존재하는 삶이라니.. 너무나도 허무한 기분이었다.


점차 세상이 발전되어갈수록 세련될수록 내가 좋아하던 것들, 내가 사랑했건 것들은 보기 좋게 도태되어 사라져 갔다. 내가 좋아했던 것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나 또한 이 세상에 식충이처럼 남아 굳이 살아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공포가 날 사로잡았다.


옛날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드물었다. 그 드문 것들은 어느 집단에 가던 늘 비주류였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는 구리거나 생소한 것들 뿐이었다. 

혹자는 "그게 좋았던 게 아냐? 너는 그저 독특해 보이고 싶고 남다르고 싶어 보이는 그런 스노비즘에 사로잡힌 인간인 거 아냐?"라고 말하는 사람까지도 있었다. 예전에는 "어라? 그런가? 내가 스노비즘인가?"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아니니까 개소리할 거면 내 눈앞에서 당장 꺼지라고."


틱톡, BTS, 강남스타일, 강남스타일 조형물, 오징어 게임, MBTI, 온갖 국뽕, 더불어 민주당, 국민의 힘, 일베, 꼴페미, 어그로 끌어서 먹고사는 유튜버들, 일부 마약에 찌들어 무개념을 일삼으며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래퍼들, 그리고 그들을 보고 그게 멋지다고 생각하며 자라난 래퍼 지망생들, 아이돌 문화, 비트코인과 그것에 열광해 온 세상을 도박판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 이모지로만 이뤄지는 대화들, 있지도 않는 메타 버스 타령 등 내가 혐오하는 모든 것들이 나날이 위대해지고 세상의 모든 것이 되어버리는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다.


특히 저 중에 내가 손꼽아 싫어하는 것은 아이돌 문화이다.

원래부터 별로 좋아했던 적은 없지만 유독 싫어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아래 열거하는 이유 들과 차마 적어내지 못한 여러 가지 사건들을 옆에서 보거나 들었던 기억들 때문이다.


1. 소위 뜨지 못한 아이돌 출신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청춘을 허망하게 소비하고 돈 한 푼 손에 쥐어보지 못한 채 30살을 맞이하고 있다는 푸념을 옆에서 들었을 때 도대체 이건 누굴 위한 산업인가 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2. 팬이라는 명목으로 멀쩡한 이성애자 남성을 (심지어 미성년자를) 게이로 만들어 포르노 소설을 쓰며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그리고 그런 그들의 범법적인 행위를 "아이돌의 문화"라며 방관하거나 부추기는 엔터테인먼트들의 태도는 절대 제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3. 16살짜리 여자 아이돌을 팬티가 보일락 말락 하는 짧은 치마에 탱크톱을 입혀놓고 방송에 나와서 춤을 춘다. 그것을 보고 30대에서 50대의 남성팬들이 그 모습을 보고 "오우야~" 등의 타령을 하게 만드는 것도 얼마든지 용인되는 시대이다. 소아성애자는 그다지 우리 주변에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4. 피 끓는 청춘끼리 만나서 연애를 하면 마치 범죄자 취급을 하듯 배신을 당했다며 치를 떠는 팬들의 문화를 보고 있으면 이건 제정신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뮤지션을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애인 대행 서비스를 원하고 있는 것인가.


5. 내가 만난 어느 아이돌 그룹의 회사 대표는 "아이돌은 그저 상품일 뿐이다. 걔네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건방진 행동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술자리에서 서슴없이 뱉어 댔다. 인간은 절대 상품이 되어선 안된다.


K-POP이 국위 선양을 하면 다냐? 돈이 되는 산업이면 뭘 해도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인 거야?


나는 더 이상 내가 혐오하는 것들, 싫어하는 것들에 빌붙어 먹고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돌 뮤직비디오, 힙합 뮤직비디오 같은 것들로 밥벌이를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잘 나가는 래퍼고 나발이고, 유명한 아이돌 그룹이고 뭐고 이제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그동안 즐거웠고 잘들 지내시길.


올해 나의 목표는 행복해지고 살아남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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