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인스타도 해야 해요?
책방을 시작하고 손님이 많이 올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만 혹시 동네에 책방이 있다면 책을 한 권쯤은 사지 않을까 했었다. 기대 이상으로 손님은 없었다. 아이 학교 엄마들은 알고 있지만 책방이 있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테니까. 책방을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함이 저절로 한숨이 쉬어졌다. 주변에서 인스타라고 하길래 그게 뭐야 하고 되물었다. 그때만 해도 카카오스토리에 일기처럼 저장하며 사진을 올리고 글만 쓰는 용도로 쓰고 SNS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에 인스타라는 말이 생소했고, 그것도 모르냐는 듯한 표정을 마주하니 세대 차이가 이런 건가 싶어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졌다.
계정을 만들고 계정 이름을 짓고 사진을 하나 올렸다. 사진을 잘 찍지도 못하고 핸드폰도 화질이 떨어져 다른 계정들을 둘러보고 있자니 자신감이 더 떨어졌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 친구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스타그램을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계정을 살펴보니 사진이 예쁘고 팔로워도 많아서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기 시작했다.
“ 인스타를 어떻게 해야 해요? 영상편집도 못 하는데 어머님은 어떻게 하세요?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
처음 시작할 때 자신도 답답해서 유료 클래스를 들으며 공부했다고 링크를 전해주었다. 그리고 인스타를 하지 않으면 홍보가 안 된다며 사진도 아이폰이 보정 없이 올릴 만큼 좋다고 핸드폰도 바꿨다고도 했다. 하루에 정해진 시간에 피드를 고정해서 올리고 꾸준히 뭔가를 해야 한다고 루틴처럼, 그리고 같은 동종 분들과 협업해서 댓글도 서로 주고받으며 힘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조언도 주셨다. 그때부터 나의 하루는 책방을 꾸미는 것들을 정리하면서 책 사진과 귤밭의 풍경, 동물들, 특별한 순간들을 무조건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올리기를 계속했다. 릴스 편집이란 것도 추천받고 동영상 편집을 하는 지인에게 일대일 교습을 받아가며 하나씩 영상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책방은 책에 진심이면 될 줄 알았던 것들이 SNS의 세계를 통해서 좌지우지된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못 보게 하던 엄마는 매시간 핸드폰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다. 급기야 엄마도 보지 않느냐는 이유를 대며 핸드폰 사용 시간이 길어진 것에 대한 합리화를 늘어놓았다. 책을 언제라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위해 시작했는데 책보다 홍보를 위해 열심히 핸드폰을 끼고 있는 내 모습이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회의적인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코로나가 퍼졌고 2년 동안 책방은 기지개도 못 켜보고 SNS에만 남기게 되었다.
사진으로만 소통하는 시간이 24개월, 긴긴 시간 동안 올려진 게시물에 ‘좋아요’와 ‘댓글’을 보고 힘을 냈고, 코로나가 풀리면 꼭 방문해 보고 싶다는 응원에 큰 소망을 담으며 지냈다. 아니, 지켰다.
코로나가 조금씩 해결되어가는 무렵 야외 공간에 인원 제한이 50인 이내로 정책이 바뀌었을 때 프리마켓 판매자 모집 게시물을 올렸고 답답함에 목이 멨던 사람들의 관심이 귤다방에 집중되는 계기가 되었다. 프리마켓이 열리면서 책방에 새로운 공기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조금씩 숨을 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