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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봄 -바라보다

1. 집도 절도 없는데 무인카페라고?

by 소희


새로운 공간이 생기면 기대감으로 채우고 설렘으로로 꾸미게 된다.

네모난 세상을 채워 넣을 것들에 대한 검색으로 집중되었다.

책상의 모양, 쓰임, 개수, 의자, 거울도 놓을까? 주방은 어디로 하지?

커튼을 늘어지게 할까? 고전적인 이미지로 갈까? 이곳의 브랜딩이 될 이미지는 뭘 하지?

15년을 사무실에서만 일을 하다가 처음으로 하나하나 스스로 채워 완성해야 하는 자영업자로 들어서는 길은 끝없는 고민과 선택의 순간으로 마주했다.



“ 여기 무인카페로 해야겠어.”

“ 오가는 사람도 없는데 무인카페 해서 뭘 어쩌려고?”

“ 아니 당신도 나도 커피도 못하고 밭일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

“ 온통 귤밭뿐인데 집도 여기 하나고, 차들도 많이 안 다니고 사람도 없는데 무인카페라니

어차피 내가 봐야 할 텐데? “

“ 애들도 신경 쓰고 라이딩도 해야 할 텐데.

안돼. 힘들어.”


커피를 직접 내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바리스타도 아니고 커피맛도 모르는 남편과 나.

그렇다고 가게라는 걸 시작하면서 무인카페로 한다니까 답답함이 밀려왔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자판기처럼 캡슐커피를 제공하는 기계를 들이고 가구점을 하는 형님의 도움을 받아 사들인 가구를 밀어 넣었다.


“ 난 책을 넣어야겠어. 사람들이 책방은 찾아

다닐 거야. 아이들도 책 읽고 쉴 수 있게 할래. “

“ 내가 뭘 해주면 될까?”

“ 책장 만들어 줘!”


그 한 마디에 당근을 검색해서 나무로 된 귤 상자를 트럭 가득 실어왔다. 이미 계획이 있었던 것처럼.

할아버지와 함께 사포질을 하고 칠하며 나무의 결을 살려냈다. 뚝딱뚝딱 균형과 방향을 잡아가며 책장을 만들어 냈다. 콘크리트 벽에 나뭇결이 숨을 쉰다. 나무 냄새가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다. 묵혔던 답답함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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