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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봄 - 바라보다

2. 늘어나는 식구들

by 소희



책장이 들어서고 난 후 책방은 조금 그럴듯하게 보였다.

검색광고와 인스타그램을 시작으로 SNS와의 사투가 시작되었다. 영상 편집도 할 줄 몰라 지인의 도움으로 커피머신 셀프 이용법을 촬영하고 책 사진이 멋지게 나오는 계정을 탐색하며 매일 게시물 3개씩 정해진 시간에 올리라는 조언을 듣고 하루하루 올리는 일에 매달렸다.

한 시간에 한 대로 운행하는 노선버스를 제외하고 지나다니는 차가 없다. 하늘은 속절없이 파랗기만 한 날은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주말에 가까운 마을에 사는 주민이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귤밭에 뛰어다니며 나뭇가지를 주워 와 장작불을 태우는 데 집중하며 놀았다. 귤을 실어 나르는 손수레에 올라타 서로 끌어주며 놀기도 했다.


“아이들이 오면 심심할 것 같아. 뭔가 재미있는 게 있어야겠어.”


다시 불안감이 몰려온다. 뭘 하려고 하는 건지 예측이 안 된다.


“뭐 하고 싶은데?”

“승마 체험하는 사장님이 귀가 길쭉하고 예쁜 염소가 있다는데 사람도 잘 따르고 아이들이 보면 먹이도 주고 좋을 거 같아.”

“뭐? 염소?”

“응. 당신도 보면 귀여워서 놀랄걸? 그리고 토끼도 몇 마리 데려오자.”


아이고 머리야.

시골이라 남편은 아이들에게 건강한 달걀을 먹이고 싶어 했고, 지인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닭을 키우게 되었다. 처음엔 수탉 한 마리와 암탉 두 마리로 시작했다가 닭장까지 늘려 삼십 마리 가까이 키우고 있던 터라 동물이 늘어나는 게 내심 불편했다. 토끼는 토끼장에서 키우면 되지만 염소라니…


“당신이 밥 주고 똥 치우고 다해. 난 못해, 그럴 거면 데려와.”

“그럼 그럼, 내가 다 하지. 분명 손님들도 좋아할 거야.”


살다 살다 염소까지 키우게 될 줄이야. 손톱 밑이 까매지고 거칠어지는 손에 애들 밥 챙기는 것도 힘든데 동물들 밥을 챙겨야 한다니 투덜거릴 틈이 없게 만들어주는 남편이 고맙다. 정말로.


토종 흑염소도 아닌 보어 염소 종으로 데려온 5 개월 즈음 접어드는 어린 염소들이었다. 귀가 길쭉한데, 소리에 민감해 움직이는 모습이나 표정이 신기하고 귀여웠다. 일할 것은 뒷전이고 마음을 뺏긴 건 잠깐이었다. 마른풀을 주면 오물오물 씹는 소리가 편안하게 들린다. 염소 우리를 짓느라 다시 할아버지와 매일 공사를 하는 남편이 얄밉다가도 ‘음매’하고 우는 소리가 꼭 아기가 엄마’하는 것처럼 들린다. 몸은 흰색 털인데 얼굴에 반은 황토색, 검은색으로 각각 점박이가 되어 있어 이름을 인절미와 흑미로 지었다.


초보 염소 집사는 동영상과 여러 농장주의 글들을 참고해서 울타리를 만들고 둘이 지낼 아늑한 염소 집을 만들었다. 울타리 안에 있던 귤나무를 한 잎 두 잎 먹어대더니 나무껍질을 벗겨 먹기까지 했다. 순식간에 귤나무 한 그루가 사라졌다. 먹성 좋은 녀석들이 와서 건강하다고 해야 할까. 가끔 마당에 풀어두고 먹이를 먹이기도 하고 아이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기도 했다. 좋은 추억을 남기며 시간이 꿀처럼 달콤해지는 찰나에 장마철의 습기가 한 염소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급기야 흑미는 병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홀로 남은 인절미를 목욕도 시키고 영양제도 먹이며 살뜰히 챙기는 염소 아저씨를 졸졸 따라다니며 책방에 새로운 반려 염소로 지내게 되었다.


인절미야. 아프지 말고, 우리 오래 함께 살자.

책방의 반려 염소 인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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