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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봄 - 바라보다

3. TV 동물농장 & 리얼 동물농장

by 소희

이른 아침의 정적을 깨우는 것은 수탉들이 경쟁하듯 요란히 울어주는 꼬끼오 송이다.

어떤 날은 부드럽다가도 어떤 날은 헤비메탈 급으로 울어댄다. 현관문을 열고 닭장을 보며 고함친다.


‘너희들 오늘 밥 안 줄 거야!’


어느 날 아침, 해 뜨는 오름 능선을 볼 요량으로 산책하러 나서려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인절미가 문앞에 있었다.


‘어제 염소집 문을 안 잠갔나?’


인절미를 우리에 다시 넣어두고 동물들의 아침을 챙기기 시작했다. 늘 자기 먼저 주지 않으면 애절함의 강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짖는 금이(레브라도 리트리버)를 주고 칡잎을 뜯어다가 토끼들 집에 넣어 주었다. 그다음 닭장을 열어 꼬꼬들이 나와 놀 수 있게 하고 난 후 마지막 염소 풀을 챙겨 주었다. 아이들보다 우선순위가 된 동물들의 식사 당번은 언제나 내가 되었다. 자기가 다 하겠다고 하던 사람은 아침이 늦게 시작된다. 그것보다 잠이 일찍 깨는 내가 문제인 거 같기도 하고. 잔소리를 하는 것보다 먼저 해버리는 게 속 편하다.




다음 날, 다시 현관문을 나서려는데 ‘음메’ 소리가 난다. 인절미?


“ 너 어떻게 나왔어? 네가 왜 여기 있어?“


우리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아는지 문을 여니 들어올 기세다. 우리가 사는 곳은 2층인데 계단을 올라 문 앞까지 와서 문도 두드리고 계단 아래로 금이를 내려다보고 놀고 있었다. 분명 염소우리 문도 잘 잠갔는데 울타리 틈새가 넓은 건지 꼼꼼히 점검도 해보았다. 남편은 도저히 나올 구멍이 없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고는 일하다 틈틈이 지켜보았다. 남편이 보이지 않으니 울기 시작하다가 순간 인절미가 뒤에서 달려와 도움닫기를 하며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 아닌가. 아…. 이런, 절벽도 뛰어다니는 염소들의 운동신경을 쉽사리 간과했다. 울타리가 너무 낮은 거였다. 다시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이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로 #도움닫기염소 #염소탈출 #탈출왕 등 남기고 영상을 올렸더니 며칠 후 TV 동물농장 작가라며 전화가 왔다.

“ 정말 도움닫기를 해요?”

“ 네 그렇더라고요.”

“ 혹시 괜찮으시면 저희 한번 봐도 될까요? 방송에 내보내고 싶은데.”

“ 이게 내용이 되나요? 아하하하….”


PD님이 와 보고는 바로 촬영에 들어가자고 하셨다. 이미 작가님 손에서 이야기가 짜여 있었고 그에 맞는 영상만 뽑으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 7일 동안 촬영이 이어졌다. 순간순간 담기는 모습이 카메라를 아는 것처럼 다양한 표정과 동작이 나와서 놀라웠다. 염소가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속절없이 빠져드는 눈망울이 웃고 있기도 하고 기분 좋은 감정을 덩달아 표현하기도 하는 것을 마주할 때면 놀라웠다. 방송에서 보는 인절미와 염소

아저씨는 세상 다정하다. 둘의 인연이 하늘이 이어 준 건 분명한 것 같다.


염소도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지 무리 지어 사는 동물이라 혼자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새로운 가족을 들였다. 초코라는 수컷 염소다. 이내 염소우리에 넣어주니 둘이서 냄새로 교감을 하고 다정히 풀을 먹는다. 그 뒤로 흑염소 암컷이 또 왔다. 흑염소는 ‘밤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렇게 세 마리는 종종 울타리를 뛰어나와 2층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우당탕 뛰어다니다 귤나무잎을 먹어 치우는 사고를 쳤다.


웰컴 투 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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