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관식이와 학씨
인절미가 동물농장을 출연한 후 남편은 염소 아저씨로 불렸다. 책방을 시작하고부터 넉넉지 못한 자본금 탓에 뭐든지 직접 만들어야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유튜브로 책장 짜는 법, 울타리 만드는 법, 바닥공사, 전기 공사, 의자 만들기 등 공부하며 해야 할 일의 순위를 정한다.
책방 공간의 전기공사가 엉망이어서 선이 보이지 않도록 관을 이용해 정리를 하고, 바닥 에폭시 칠하고, 마당과 귤밭 곳곳에 쉴 수 있는 의자를 만들고, 촬영하면서 염소 울타리 지붕을 만들어 덮고, 귤나무를 따라 돌담을 쌓고 귤밭을 돌보면서 묵묵히 일을 해 나갔다.
부부가 365일 붙어서 일을 한다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니다. 매일 식사를 함께해야 하고 달콤한 대화보다 일 얘기만 한다. 점점 대화가 줄어든다. 서로 다른 일을 했다면 각자 하루의 조각을 쏟아내며 마주하겠지만 함께 지내는 시간이 쌓이고 쌓일수록 무덤덤함이 짙어졌다.
방문하신 손님께 설명하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볼 때면 관식이보다 더 ‘관식’이 같고, 단답형으로 말할 때 세상 얄미운 학씨같다. 이면에 자리한 따뜻함이 느껴져 ‘아이고 속 터져’ 하다가도 웃는다. 제주의 투박한 사투리로 전화 통화를 하는 걸 보면 어느 나라 사람인가 싶다가도 성우 같은 톤으로 말을 건네는 걸 볼 때는 전혀 다른 사람인가 싶은, 하루에 몇 번씩 관식이와 학씨를 만난다.
손수레에 돌을 골라 담아 밭을 일구고 귤나무를 심어 키워오던 부모님의 발자국을 밟으며 귤밭을 지키고 있다. 60년이 넘은 귤나무의 나이만큼 몇 배의 노력과 사랑을 담아야 하기에 관식이일 틈도 없이 해나가고 있는 거였다. 문제는 밥이다. 배달도 안 되고 편의점도 없는 중산간 시골에서 식사를 챙기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특히 음식솜씨가 턱없이 부족한 나로서는 하루 세 끼는 버겁다.
“오늘은 라면 먹어야 할 것 같아.”
“또? 이런 학씨~”
“우리 자장면 먹고 오자. 나 진짜 밥하기 싫어~”
“그래? 나가자, 당신 먹고 싶은 걸로 먹어.”
“오호. 파스타나 브런치 좋아.”
“느끼한데 뭐 그런 거 먹어. 학씨~”
아니…. 대체 어쩌라는 건가.
차라리 집에서 밥 먹자고 하던가, 아니면 관식이로 나타나 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