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모닥불과 낭만 라면
모닥불과 낭만 라면
책방을 들어서면 보이는 공간은 책장이 첫 번째이겠지만 호기심으로 문을 연 순간 코끝을 자극하는 책 냄새가 좋다. 시각으로 평가되는 것이 첫인상이라면 느낌으로 남는 것이 그리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음을 자극하는 것, 오직 귤다방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을 추구하는 것이 마케팅 전략이라고나 할까.
귤밭 정원을 바라보는 폴딩 도어를 열면 새로운 곳으로 통하는 문이 열린다.
마당 한가운데 모닥불이 피어있는 불턱을 둘러싸고 햇살이 먼저와 바람을 기다린다.
불턱은 처음에 주춧돌만 둘러싸고 나무를 놓았다가 땅을 조금 파내 깊이를 만들고 투박한 네모 모양의 현무암을 둘러 담처럼 놓았다. 그 위에서 할 수 있는 낭만을 하나씩 더하기 위해 난로 안에 보통 자리하고 있는 고구마 굽는 통을 4개 주문해서 남편이 용접하고 손잡이도 달아 고구마 굽는 연통을 만들어 올려두었다. 언제든 누구나 불만 있으면 달궈진 연통에서 고소한 고구마를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하려는 아이디어였다. 꼬치를 덧대어 길쭉한 나무 손잡이를 만들어 쫀드기를 꽂아 구워 먹을 수 있는 것도 만들었다. 이쯤 되면 남편은 뭐든 다 눈앞에 내어놓는 램프 요정쯤 되는 듯하다.
꼬꼬들이 하루에 한 개씩 달걀을 낳다가 수가 늘어나는 만큼 소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밭을 뛰어다니는 꼬꼬들인 데다 유정란이니 값은 알아줄 만한데 책방이 달걀까지 판매하는 건 좀 웃기기도 해서 라면을 팔아보자는 거였다.
마당에서 즐기는 캠핑 감성, 이름하여 낭만 라면!
가스버너, 꼬꼬 알 하나, 라면을 받아 마당에서 직접 끓여 먹는 것이다. 연기 풀풀 나는 불턱도 옆에 있고 추운 날씨에 풍겨주는 라면 냄새는 주위 사람 모두를 침이 꼴깍 삼키게 했다. 라면 협찬까지 들어오면 어쩌지?
육지 생활할때 주말이면 산을 다녔다. 산에서 잠을 자는 것도 좋아했고, 산에서 먹는 모든 것이 맛있었다. 잊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지리산 2박 산행을 계획해서 5명이 나섰는데 짐의 무게와 체력 한계로 힘겹게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했다. 산장에 자리를 잡고 저녁 준비를 위해 일행들이 모였다. 가지고 온 재료들을 꺼내어 저녁 준비를 하는데 일행 한 명에게서 얼린 삼계탕이 나왔다. 대피소에서는 정해진 곳에만 취식을 할 수 있다. 모여든 사람들이 가득한 공간에 삼계탕 향기가 구석구석 채웠다. 사람들은 춥고 허기진 상태에서 맡는 삼계탕 냄새에 부러운 눈빛을 맘껏 받으며 우쭐하는 마음으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 먹었던 삼계탕 중에 단연 최고였다. 낭만 라면은 비록 라면이지만 여행 중에 책방에서 먹는 주전부리로 꼽히는 라면이 되면 좋겠다.
요즘 가끔 듣는 한마디,
“귤다방에 라면 팔잖아! 라면 먹고 가자.”
라면으로 떠올리는 책방의 맛이 기가 막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