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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정 Jun 24. 2022

[책 한 소절] - 생각하기 나름

  『불안의 책』

 인생이란 우리가 인생에 대해 품는 생각이다. 
자신이 소유한 경작지가 전부라고 여기는 농부에게 그 땅은 
제국이다. 


자신이 소유한 제국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황제에게 그 제국은 
한 조각의 땅에 불과하다. 
가난한 자는 제국을 소유하고, 제왕은 땅 한 쪽을 갖는다. (141쪽)


요가 수행에서 단식을 한 적이 있다. 둘째 날은 그래도 견딜 만하지만 셋째 날이 제일 힘들다. 우선적인 배고픔이 힘들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음식의 유혹을 견뎌내는 일이다.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좀 수월해진다. 우리의 몸은 그동안 축적된 에너지를 차례차례 소비하며 이겨나간다. 그리고 그 다음 어느 순간을 지나고 나면 모든 것에 초연해진다. 배고픔도, 식욕도 사라진다. 여기서 사라진다는 것은 없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초월이다. 몸은 가벼워지고 정신은 더없이 맑아진다. 그리하여 단식은 곧 수행이 된다. 단식에서 음식의 유혹을 이겨내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언젠가부터 ‘먹방’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음식과 그것을 먹는 인간의 입을 클로즈업해서, 보는 사람의 식욕을 부추긴다. 타인의 먹는 행위를 지켜봄으로써 인간의 본능적인 식욕을 자극한다는 의미에서, 성욕을 자극할 목적으로 제작된 포르노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은 매우 타당한 지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먹방’을 보면서 식욕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다이어트를 한다는 사람이 있다. 타인의 먹는 행위를 보는 것을 대체 음식섭취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타인이 먹는 것을 보면서 마치 자신이 먹는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나의 단식 성공 수단과 닮았다. 나는 편식이 심한 편이다. 특히 비린 생선 종류는 입에도 못 댄다. 나는 음식의 유혹을 편식으로 이겨냈다. 모든 음식을 생선 종류로 의심했고, 모든 음식에서 비린내가 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바로 그 ‘생각’에 답이 있다.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이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생 역시 우리가 인생에 대해 품는 생각이다. 다 가지고도 적다고 투덜대는 이가 있고,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 보이는 이가 있다. 결국 다 가진 자가 적게 가진 자고,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자가 세상을 다 가진 자라는 작가의 말이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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