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는 삶이 스스로를 회복하는 또 다른 이름이다.
고요는 삶이 스스로를 회복하는 또 다른 이름이다.
주말 아침, 남편은 산행을 떠났고 아이들도 제 갈 길을 나섰다. 집 안은 오랜만에 비워져 고요했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 열렸다.
늦게서야 눈을 뜨고 베란다 화단을 바라보았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선선해지며, 무더위를 힘겹게 버텨낸 제라늄과 게발선인장, 꽃치자가 눈에 들어왔다. 시든 화분을 마주할 때마다 ‘괜히 생명을 괴롭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어느새 이 작은 화분들은 내 일상의 일부가 되었고,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누렇게 변한 잎을 떼어내고, 웃자란 줄기를 다듬고, 삽목해 두었던 제라늄은 새 화분에 자리를 찾아주었다. 손끝으로 계절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 무렵, 허기가 밀려왔다. 아침을 거른 것도, 가족의 끼니를 챙기지 않은 것도 오랜만이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직 나의 속도에 맞추어 흐르는 하루. 그 자유가 참 근사했다.
혼자 있는 시간은 무위로 흘려보내도, 멍하니 머물러도 괜찮다. 오히려 그런 여백이 쌓이면 다시 사람들과 마주할 때 관계가 더 부드러워진다. 오늘 하루가 그랬다.
우리는 일상에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적잖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 과정에서 공허가 스며들기도 한다. 그럴 때 혼자의 시간은 나를 비워내고 다시 채우는 쉼터가 된다. 혼자서도 충만할 수 있는 사람만이 관계에 매달리지 않고, 더 건강한 거리를 유지한다.
오늘은 혼자여서 즐거웠다.
이렇게 혼자의 시간을 다루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 by lovemaman
퇴직 후 글쓰기를 통해 노년의 삶과 사회 현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세상과 연결해 주는 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