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려보내고 놓아주기
요즘은 잠이 영 쉽지 않다. 일찍 잠들면 새벽같이 눈이 떠지고, 늦게 자면 뒤척이다가 겨우 잠든다. 아침마다 몸이 무겁고 하루가 찌뿌듯하다.
숙면을 위해 산책도 해보고, 따뜻한 차도 마셔봤다. 하지만 나에겐 오히려 산책이 뇌를 깨우는 듯했다. 땀을 흘리며 한 시간씩 걷고 나면 뇌의 활성화로 잠들기는커녕 오히려 머리가 말똥말똥해진다.
가끔은 새벽 두세 시쯤 눈이 떠진다. 그럴 때 억지로 다시 잠들려 애쓰지 않고, 베란다에 나가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스르르 잠들기도 한다. 억지로 눕는 것보다 잠시 ‘밤멍’을 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걸 알았다.
요즘 저녁에는 일기나 칼럼을 쓰는 습관이 생겼다. 하루를 글로 정리하면 마음이 가라앉고, 세상과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글쓰기는 내게 작은 안정제다.
아마 내가 쉽게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습관처럼 굳어진 ‘걱정과 불안’ 때문일 것이다. 머리로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건 붙잡을 필요 없다”는 걸 알지만, 마음은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젯밤엔 다른 방법을 써봤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고, 강물 위에 종이배 띄우듯 흘려보내 보기로 한 것이다. 놀랍게도 머리도 몸도 가벼워졌다. 작은 유레카였다.
그래서 결심했다. 100일 습관 프로젝트, ‘잠들기 전 루틴 만들기’. 이제는 걱정 대신 나를 위한 작은 의식을 쌓아가 보려고 한다.
나는 저녁 9시가 넘으면 카페인을 멀리하고, 휴대폰 대신 종이책을 펼친다. 따뜻한 샤워와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짧게 글을 쓴다. 떠오르는 걱정은 강물에 띄운 종이배처럼 흘려보내며 스스로에게 말한다. “이건 내일의 나에게 맡긴다.”
물론 100일 프로젝트가 100% 성공은 아니다. 어떤 날은 되고, 어떤 날은 안 된다. 그래도 잠을 붙잡으려 애쓰는 대신, 흘려보내고 놓아주는 연습. 오늘 밤도 그 연습을 이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