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움의 동의어가 아니다.
결혼 30년.
남편과는 관심사가 다르고, 아이들도 하나둘 독립해 가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할 때는 몰랐던 ‘혼자’의 시간을 마주하는 일이 아직은 서툴다.
낯선 고요 속에서 나는 청소를 하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채운다. 하지만 더 시간이 흘러 정말 혼자가 되었을 때를 상상하면 스르르 쓸쓸해진다. 젊은 날에는 이렇게 한가하고 홀가분한 시간을 꿈꾸었는데, 막상 지금은 그 시간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 의미 없는 시간도 괜찮을까?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외로움일까, 고독일까?
그렇다고 다시 치열했던 젊은 날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 다만 지금 이 시간을 잘 살아내며, 담담하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
그래서 나는 혼자의 시간을 단절이 아니라 ‘나의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려 한다.
펜 드로잉, 글쓰기, 화분 가꾸기, 블로그, 유튜브 영상 만들기… 오래전부터 흩어지듯 해왔던 것들을 다시 시작해 본다. 능숙하지는 않지만, 나를 위한 작은 시도다.
그럼에도 문득 묻는다. 이렇게 특별한 목적 없이 여여하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생산 능력이 다한 노구로 살아가야 할 날들이 의미 없게 느껴질 때면, 깊은 바닷속으로 잠기듯 무겁다.
| 설렘과 불안 사이
퇴직까지 이제 3개월.
설렘과 불안이 동시에 밀려온다. 이것저것 덤비듯 시도하는 나의 모습이 어쩌면 그 불안의 또 다른 얼굴일지도 모른다. 외롭지 않으려,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몸부림 말이다.
하지만 삶이 꼭 ‘의미’로만 가득해야 할까?
젊은 날 충분히 치열하게 살았다면, 이제는 조금 쉬어가도 되지 않을까?
| 고독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인간은 원래 고독한 존재라고 한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외로움 앞에서 나는 가끔 무너지고, 욕망조차 사라지는 무망감이 몰려올 때면 두렵다.
남편도, 자식도, 어느 날은 모두가 완벽한 타인처럼 느껴진다. 그럴 때면 베란다에 서서 창밖을 바라본다. 그리고 생각을 흘려보낸다.
“사는 건 다 그런 거라고. 날씨 같은 거라고. 맑은 날도, 흐린 날도 있는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어떤 연구에서는 “고독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사람일수록 자기 인식과 감정 조절 능력이 높다"라고 했다. 과연 나는 고독을 선택할 수 있을까?
| 혼자 있는 시간을 다루는 법
혼자 있을 때 나는 내 감정을 관찰한다.
나는 왜 이렇게 느끼는 걸까?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경험하고 있을까?
앞으로 나를 어떻게 살아내고 싶은 걸까?
어쩌면 내가 노후를 준비한다며 하는 모든 시도가, 사실은 ‘혼자 남았을 때’를 대비한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애쓰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웃음이 새어 나온다.
혼자 코미디를 하는 듯하다. 폭풍처럼 감정이 휘몰아쳤다가 금세 잠잠해지고, 다시 담담해진다.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움의 동의어가 아니다.
다만, 그 시간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나는 이제 혼자와 친해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그 배움이야말로, 나이 들어가는 삶을 단단하게 지켜 줄 힘이 될 것이다.
| by lovemaman
퇴직 후 글쓰기를 통해 노년의 삶과 사회 현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세상과 연결해 주는 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