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꿈이 뭐예요?

일은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by 러브 마망

2012년 가을, 어느 날 저녁


"엄마, 꿈이 뭐예요?"

진로를 고민하던 고2 아들의 질문이었다.

그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목구멍까지 뭔가 올라왔지만, 정작 입에서는 어떤 단어도 나오지 않았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그 질문을 곱씹으며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내 꿈은 뭐였을까?"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을까?

"너를 낳기 일주일 전까지 직장에 다녔었단다."

"지금은 너를 키우기 위해, 하루 온종일을 바치고 있어."

하지만 그 말들조차, 진짜 내 마음을 전부 표현하기엔 어딘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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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직장사회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나를 기다려주는 일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작은 사회복지시설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직장생활이 벌써 15년이 넘었다.


되돌아보면, 결혼 이후의 시간 중 직장을 가지지 않았던 시절에도

나는 가정이라는 가장 큰 직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래서 따져보니, 내 직장생활은 어느새 30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안나 프로이트의 "자신감을 찾아가는 길은 내 안에 있다."라는 말처럼,

나에게 직장이란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늦게 시작한 일이라 화려한 성과는 없을지 몰라도,

이 길이 내가 원하던 삶의 모습에 조금씩 가까워지게 해 주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는 아들의 질문이 더 이상 아프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더 이상 미해결의 숙제가 아니다.


직장에서도, 직업적으로도

나의 꿈은 늘 같았다.

소비되지 않는 나 자신으로 남는 것.

그렇게 나는, 여전히 과정 속에 있다.




| by lovemaman

퇴직 후 글쓰기를 통해 노년의 삶과 사회 현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세상과 연결해주는 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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