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는 와 전화를 안 받노

전화받지 않을 용기

by 스쿠피

엄마를 다시 집으로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울었다.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목이 메었다. 뒷좌석에 탄 아이들 모르게 안경을 낀 채로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


이 감정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후련하지도 않았고, 어떤 연민도 느껴지지 않았다. 화도 나지 않았다. 이 묵직하고 복잡한 감정. 그냥, 슬펐다고만 해 두자.


엄마가 떠난 지 이틀이 지났다. 둘째가 평소보다 일찍 하교하고 집에 왔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열이 38도선을 훌쩍 넘는다. 밤새워 지켜보다 열이 치솟는 낌새가 이상하여 병원을 향했다. 독감이란다. 독감? 불과 한 달 전에 독감을 앓았는데 이렇게 빨리 다시 걸린다고?

“그때는 독감 A였고요, 지금 이건 B에요. 어떤 환자는 B-A-B까지 총 세 번 걸리는 사람도 봤어요.”

의사 말이었다. 링거 주사를 맞는 와중에 간호사가 귀띔해 주길,


“B형은 A형에 비해 깔끔하지 않고, 지저분하게 오래 가더라고요. 이렇게 주사 맞고도 열나면 또 약 처방 받으러 오셔야 합니다. 이거 맞고도 폐렴까지 가는 애들이 많아요.”


꼬박 5일째 되자, 둘째의 열이 겨우 잡히는 것 같았다. 엄마 간병 이후, 내 감정 따위 들여다볼 새도 없이 첫째가 열이 올라 다시 독감 처방을 받았고, 어느덧 해는 26년으로 바뀌었으며, 나도 독감이었다.


병원 침대에서 링거를 맞으며 생각했다.

'아픈 것도, 안 아픈 것도 힘든 건 매한가지군.'


차라리 마지막에 아픈 사람이 나여서 마음은 후련했다. 약 기운이 온몸에 퍼지며 사르르 잠이 쏟아지려 할 즈음, 전화 진동벨이 집요하게 울렸다. 발신자가 엄마다. 받기 싫었다. 잘 지내냐는 한 마디에 도저히 그렇다고 연기할 기운도 없었다. 수액 맞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본인 궁금한 건 죄다 물고 늘어질 텐데, 아무리 약이라지만 그래. 약에라도 취해서 '숙면'이라는 걸 나도 좀 해 보자. 제발.

혼자 있는 시간이 보물이었다. 전화는 먼발치에 밀어두고 푹 잤다. 짧은 꿈도 꾸었다. 다음 주면 곧 1월 중순. 엄마가 어떻게 지내는지 솔직히 하나도 안 궁금했다. 언제쯤 궁금해질까.


이틀 전, 아이들이 내게 말했다.


“엄마, 할머니가 엄마 전화 안 받는다고 낮에 우리한테 전화 했었어. 뭐하냐고. 놀러 오라던데? 엄마한테 물어본다고 했어.”


아이들의 짧은 겨울방학 절반이 날아갔다. 엄마는 됐다. 엄마도 가족이지만, 내 아이들과 남편도 가족이다.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심리적으로 거리 두기가 더 시급했다. 더군다나 이 감정은 엄마에게 이해받을 필요도 없다.


“너희들, 다음 주 개학이지? 짐 챙겨. 우리끼리 가족여행 가는 거야.”


겨울바람을 가르며 드라이브할 생각을 하니, 좀 살 것 같았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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