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포르토피노 | Portofino, Italy
난 포르토피노에서 내 사랑을 만났지
왜냐면 난 여전히 꿈들을 믿으니까
얽힌 듯한 이상한 운명은
포르토피노에서 내 심장을 앗아갔네
<I found my love in Portofino>, Andrea Bocelli
몇 년 전, 여름밤 와인 한잔하면서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남편이 유튜브 영상을 하나 보여주며 말했다.
“우와, 이 집에 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럭셔리한 집이길래, 하고 봤더니 웬 공연 영상이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남편이 좋아하는 형님이 좋아하셔서 남편도 따라서 좋아하게 된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 Andrea Bocelli가 이탈리아의 항구 도시 포르토피노에서 야외공연한 실황을 담고 있는 <러브 인 포르토피노 Love in Portofino> 콘서트였다. 바로 바다 옆에 꾸며진 아담한 무대에 소규모의 팬들만 초청하여 무척이나 단출하지만 무척이나 운치 있는 공연이었다.
남편이 말한 그 집은 공연 무대의 배경이 된 건물 3층에 위치한 집이었는데, 오래된 파스텔톤 벽돌 건물에 하얀 나무 창문이 열려있고 그 집 안에서 두 사람이 콘서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거야말로 로얄석 직관이 아닌가! 남편은 공연에 초대받아 관객석에 앉은 사람들보다도, 내 집 앞마당에서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공연을 파자마 차림으로 내려다보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럭셔리를 누리는 3층집 부부가 몹시 부러웠던 것이었다. 여름밤 와인과 함께 안드레아 보첼리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흠뻑 취해 우리는 언젠가 그곳에 가보자며 희망사항처럼 이야기했었다.
그로부터 3년 뒤, 정말로 우리는 그곳에 갔다. 아름답고 낭만적인 포르토피노에!
끝없는 암벽으로 이뤄진 해변과 푸르른 지중해를 바라보며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아슬하게 차를 몰다 보니 어느덧 포르토피노의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침 햇살을 받은 바다와 보트는 반짝이고 있었고, 건물 앞을 꾸미고 있는 빨간 꽃들은 유난히 더 선명한 색으로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산책하듯 걸었다. 작고 소박한 성당을 지나 돌계단을 하나 둘 내려가니, 그곳이 보였다. 우리가 영상에서 보았던 바로 그 바닷가.
알고 보니 포르토피노는 그저 지중해의 작은 어촌 마을이 아니라 부호들의 휴양지로 상당히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그레이스 켈리,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이곳을 사랑한 유명인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한다. 작은 동네의 구멍가게인 줄 알았던 매장들은 자세히 보니 루이뷔통, 까르띠에, 로렉스, 에르메스.. 이런 명품 매장들이었다. 어찌나 그 외관이 소박한지 하마터면 들어가서 ‘이거 얼마예요?’ 할 뻔했다.
도착하자마자 남편은 안드레아 보첼리가 노래했던 바로 그 장소에 서서 “보첼리 형님, 제가 여기 왔습니다!”하며 영상에서 봤던 그 3층집을 찾았다. 신기했다. 정말 이곳에 오다니! 맘 같아선 당장 그 집에 찾아가,
“Ti abbiamo visto nel video (우리는 당신을 영상에서 보았습니다)."
"Eravamo così invidiosi di te (우리는 당신이 몹시 부러웠습니다).”
하고 아는 척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꾹 참기로 했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를 틀었다. 에메랄드빛 지중해와 하얀 보트를 풍경삼아 노천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잔과 함께 노래를 들으니, 로얄석이 따로 없다.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을 것 같은 그날의 풍경과 소리. 아, 포르토피노는 내 심장을 앗아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