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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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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n 13. 2024

바닥에 나뒹구는 작은 구슬

아침편

글모닝^^ 어느새 목요일이라요. 잠깐 눈을 감은 채 숨을 마시고 내쉬어 봅니다. '지금 여기'라고 속으로 말했어요. 달려가다 놓치는 오늘이 아쉬워요. 


이번주라면 할 일이 제법 있는 줄은 알았어요.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지나는 하늘과 나무, 꽃을 한 번이라도 더 세세히 바라보는지 돌아봅니다. 머릿속에 갇혀 살진 않은지 말이에요. 


늦은 저녁 조카가 집에 왔어요. 사정이 있어 하루 묵게 되었는데요. 미술 대회를 한다고 널따란 바닥이 온통 알록달록해요. 닦고 정리하는 사이 안방에 장난감을 쏟아 놀더라고요. 줍기 어려운 작은 구슬 수십 개가 방을 굴러다닙니다.ㅎㅎ 


미간을 찌푸리고 부지런히 치우긴 하는데 발바닥이 뜨끈해요. 피곤하면 몸이 따듯해지는 체질이에요. 날이 더워도 컨디션만 좋다면 서늘한 살성은 변함이 없어요. 


신경질이 나는 마음을 가만 들여다보았어요. 시간은 밤 10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거든요. 이 마음은 자고 싶다고 투정 부리는 아기와 다를 게 없더라고요. 엉망인 공간이 불편하기도 하고요. 


어려서 발바닥에 불이라도 덴 듯 고단해도 놀고 싶었던 밤들이 떠올랐어요. '어질러지면 어때. 지금을 즐기자. 정 힘들면 먼저 누워도 좋아.' 여전히 집을 치우면서도 마음이 편안합니다. 


밤 11시 넘어 침대에 쪼르륵 누웠는데요. 이젠 셋이 제 옆으로 자겠다고 난립니다. 결국 조카는 작은 아이 옆에 누웠어요. 매일 자던 집이 아니니 오죽할까요. 윤우에게 붙어 속닥이고 장난을 걸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명상 가이드를 했어요. 금세 잠드는 아이들입니다. 


화난 모습을 생각하면 무서운 괴물이 떠오르지만요. 속에 속으로는 아기나 다름없는 마음이에요. 그 마음을 내가 먼저 알아봐 주면 좋겠어요. 지치고 힘들 때에도 아기처럼 투정 부리는 마음과 다르지 않은데요. 우리는 나약하면 안 된다고 배웠고, 언제나 스스로를 몰아세우지만요. 아무리 강인한 사람이라도 마음은 아기처럼 연약하고 순수합니다. 감정은 감정이지, 내가 아니에요. 나약함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제때 강인함을 꺼낼 수 있는 법이지요. 


오늘 내가 만날 마음들을 아이 바라보듯 관찰해 주세요. 나무라거나 몰아세우기보단 가만히 들어봐 주는 겁니다. 그럼 마음은 내게 아이처럼 순수한 속내를 털어놓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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