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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림 Jan 06. 2024

속 불편한 세상,
'혼자 먹는 밥(혼밥)'이 말하다

가성 비 나빠진 연애보다 못한 결혼이 혼밥에 부채질한다

 혼자 먹는 밥, 혼밥을 말하다
고잉 솔로(going solo)」시대에는 누구라도 언젠가 싱글 턴(singleton: 독신자)으로 일상을 홀로

견디며 사는 능력 능력을 키우고 혼자서 밥 먹는 삶을 즐겨야 한다. 

그런 혼자 먹는 음식(혼밥)은 늘 설레고 두근두근거리는 여행이면 좋겠다 


늦은 점심시간에 도착한 충무로 필동 식당거리는 직장인이 다시 일터로 돌아간 탓에 의외로 조용하다. 

근처 대학은 한 학기의 마지막을 끝내고 새로운 학기를 준비하며 도서관에만 눈을 밝히고 있다. 

근처 직장인들은 경기 탓도 있겠지만 연말을 보낸 주머니 사정이 그리 넉넉지 못한 듯하다.

오후 2시가 가까이 되는 이 늦은 점심시간에 근처 대학에 다니는 학생인 듯한 청년이 머뭇거리다 문을 

조용히 밀고 들어온다.

내부를 여기저기를 두리번 거리며 쭈뼛 쭈뼛거리다 입구 가장 가까운 2인용 테이블에 앉는다.

아직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이 아직은 불편하고 어색하다. 

아직은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듯 보인다.


 주문은 어복탕으로 한다. 

어복탕은 어복전골을 1인용으로 먹을 수 있도록 뚝배기에 미나리, 편육, 여러 야채를 소고기 육수

와 채소로 끊여 담아낸 음식이다. 

그는 뚝배기에 든 소고기 편육을 골라서는 반찬으로 내어준 김치에 싸서 먹고, 미나리 초 무침을

곁 드려 야무지게 먹는다. 

마지막엔 남은 국물에는 석 박지를 넣어서 후루룩 밥을 말아먹는다. 

그리곤 공기 밥 추가와 반찬도 2번이나 리필(refile)하고는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체할까 걱정되지만 그 모습이 배고픈 힘들었던 시기의 유학시절을 떠 올 리 게 해서 인지 너무 안쓰러워 정겹다.  

아마 상당히 배고파서 인지 정말 맛있게 먹는다. 


 혼자서 사는 가구가 대세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은 「혼자 먹는 밥」에 익숙하지 못한 건 분명하다. 

여전히 해외 인기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처럼 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 주인공처럼 먹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에 일상의 골치 아픈 일을 잊힌다고 해도 아직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이다. 

아마 혼밥이 우리를 소심하게 하는 이유는 주변의 시선과 분위기 영향도 있다. 

고잉 솔로는 100세로 사는 시대에는 그 누구라도 언젠가 싱글 턴이 될 수 있고 비참한 혼자의 생활이 되지 

않으려면 일상을 홀로 견디고 감내할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스스로 키워야 한다고 한다. 


혼자서 산다는 건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건데, 그 가장 큰 이유는 가성 비 나빠진 결혼 때문이다.

결혼이 줄어드는 것은 결혼과 관련된 비용, 편익 계산에 변화가 생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결혼은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손익산출 물이기는 하지만 무형의 편익과 비용을 낳는다. 

남성의 입장에서 세태가 많이 변했지만 그래도 남성이 결혼으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편익 중 하나는 여성의 가사 노동 서비스였다. 

하지만 최근엔 그중 상당 부분을 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 

돈만 내면 청소도 해 주고 빨래도 해주는 기계의 등장과 여유가 된다면 대행 전문가가 있다.

혼자 사는 가구에 맞춘 식품과 음식 배달 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여성 취업이 늘어나고 소득 수준이 많이 높아져서 굳이 결혼까지 해서 남성의 소득에 의존해야 한다 거나 재산을 공유할 필요가 없는 골드미스, 다이아몬드 미스들이 많아졌다. 

그런 여성의 소득이 높아졌다는 것은 결혼, 출산, 육아로 포기해야 할 자아실현의 기회 상실이나 사회적 지위에 대한 기회비용이 커졌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에서 혼자 사는 세상으로 진화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게 뻔한 세상의 이치다.
 
 그중 아마도 결혼하지 않고 혼자서 산다면, 

“홀로 어떻게 밥을 먹을 수 있는가”에 자기만의 답을 내놓을 필요도 있다

혼자서도 먹는 맛있는 혼밥의 정의는 먼저, 

어색 해하거나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먹는 것”이다.

그리고 “배고플 때 먹어야 한다”이다.

사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처음 만난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이나 지위 높은 사람과 함께 하면 

긴장하게 되어 배고픈 허기가 주는 그 맛을 느끼지 못하고 맛도 없어진다.

혼자 먹는 밥은 더욱 그렇다.


 음식도 여행과 같아서 “모르는 장소로 가는 식사에도 설레는 시작과 만족함의 끝이 있다. 

그 중간에 포만감이라는 만남이 있다. 

누구나 모르는 곳이니 불안하기도 하지만 낯선 음식점에 들어갈 때 

여행의 색다른 맛과 멋을 즐기게 되는 것과 같다. 

“과연 어떤 맛일까? 

라는 분위기도 모른 채 설레면서 들어가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을 갖게 된다. 

여행도 음식이란 그런 것임은 분명하다.
아직은 혼밥 풍경이 보편적이지 않지만 몇 년 있으면 누구나 부담 없이 편히 즐길 수 있으리라.
그런 이유에서 혼자 사는 세상, 혼밥을 즐기는 기술도 진화해야 하고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게 뻔한 세상의 

이치다.


주변의 친한 내 결혼하지 않는 후배들이여,

오늘도 홀로 먹고 나와서 하늘은 쳐다보는 순간,

아! 푸른 하늘까지 맛있다”라고 외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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