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셔스:프랜치 레스토랑의 시작’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요리를 주제로 한 영화다. 영화 스토리도 여운을 안겨 주지만 영상을 통해 전달되는 빛은 하나의 마법이다. 작은 창을 통해 쏟아지는 빛줄기는 어둠과 적절히 어우러지며 감동으로 다가온다. 빛이 아름다운 이유는 빛을 받쳐주는 어둠의 힘이다. 전등을 통한 빛과는 결이 다르다. 감동은 가슴 명치 근처에서 온몸으로 퍼져 간다. 짧은 순간이지만 온몸은 행복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행복이라는 긍정적 에너지는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듯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일정한 리듬을 타고 뇌를 자극한다.
사람마다 지문의 형태가 다르듯이 사람마다 고유의 파장이 존재한다. 파장은 서로 부딪히며 증폭되기도 상쇄되기도 한다. 때로는 감동으로 때로는 상처로 돌아온다.
수면 중에는 잔잔한 델타 또는 세타파를, 과도한 스트레스나 흥분 시 빠른 파장의 베타 또는 감마파를 뇌를 통하여 발산한다. 심장에서는 뇌보다 몇천 배 더 강한 파동이 발생된다. 미녀가 야수를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청춘 남녀가 첫눈에 반할 수 있는 것도, 자기에게 맞는 파장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악이 다른 것도, 때로는 백 마디의 위로보다 한 구절의 음악이 더 큰 위로와 치유가 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물보다 사람을 통한 감동의 크기와 울림은 더 크고 오래간다. 좋은 음악은 아무리 들어도, 좋은 그림은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같은 것 만 먹으면 금방 질리는 것과 분명 다르다. 가족 간의 사랑이 물질적인 사랑보다 진하고 오래가는 것 또한 같은 이유가 아닐까?
감동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스트레스 낮추고 행복감 높이는 효과가 있다.
2015년 제니퍼 스텔라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감동적 경험을 많이 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체내 염증을 일으키는 단백질 물질인 인터류킨 수치가 낮다. 또 감동적 경험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저하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체내 염증 수치가 높아질 수 있는데, 감동적 경험을 통해 스트레스와 염증을 모두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감동은 행복의 다른 표현이다. 하루의 행복은 잔잔한 감동에서 온다. 감동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아주 소소한 것에 숨겨져 있다. 더운 여름날 땀을 흠뻑 흘린 뒤 마시는 맥주 한 캔에도 있고, 비 오는 날 부추전과 함께 하는 막걸리 한잔에도 있다. 처마 끝에서 내리는 비를 보며 내뱉는 담배 연기에도 있고 아무 생각 없이 지붕 위에 누워 쳐다보는 말간 하늘의 구름 한 조각에도 있다. 심지어 묵은 냉장고 청소에도 행복은 있다. 다만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할 뿐이다. 마음도 내버려 두면 때가 낀다. 수시로 청소를 해야 한다. 마음의 때는 비누로 씻겨지지 않는다. 마음의 때는 감동을 통하여 눈물로 흘러내린다. 감동은 이성적 통제를 받지 않는다. 감동이 식으면 사랑도 식고 마음은 차갑게 굳어진다. 무엇을 해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일상에서는 아무런 감흥이 없는 행복 불감증 또는 우울증 상태에 빠지게 된다.
물질적 욕구는 마른 장작처럼 강렬하게 타오른다. 하지만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는다. 감동은 잘 달궈진 숯불처럼 은은하게 오랫동안 지속된다. 물질에 대한 집착과 소유 본능은 감동을 약화시키고 마음을 굳게 만든다. 파동과 입자의 성질이 다르듯이 물질은 마음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모든 물질은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가지고 파동처럼 행동 함으로써 마음을 움직이려 하지만 그 효과는 지속되기 어렵다. 오히려 소유에 따르는 에너지 소비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두려움, 긴장감, 공포,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자극한다. 부정적 감정은 뇌의 편도체를 자극하여 비정상적 행동을 유발한다.
감동이 제 발로 찾아오지는 않는다. 감동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감동의 포인트는 다르다. 자신에게 맞는 주파수를 찾아야 한다. 마음은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굳어져 가는 것이다. 경험에 따른 선입견과 실패를 두려워하는 소극적 자세가 마음을 늙고 병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