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작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도 잠을 깬다.
새벽 세시.
아무래도 몸속의 시계가 고장이라도 났나 보다. 시도 때도 없이 깬다 그리고 쉽사리 잠이 들지 않는다. 잡생각은 무엇이 그렇게 많은지 뒷머리가 묵직하다. 다시 잠들기는 어려울 것 같고 깬 김에 생각해 왔던 글 쓰기에 대해서 끄적거려 본다.
말로 하려니 어렵다. 생각하고 말을 해야 하는데 말을 하고 생각을 하려니 말이 꼬이고, 꼬인 말을 풀려니 말이 많아진다. 그렇게 내뱉은 말들은 다 끌어 모아도 한 푼의 가치도 되지 않는다.
글로 쓰려고 하니 익숙하지가 않고 외려 생각이 많아져 잘 써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위하여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능력이 되면은 유산이라도 남겨주면 좋으련만 그럴 형편도 되지 않고 생의 마지막에 달랑 유언장 한 장 남기고 가기에는 아이들에게 큰 슬픔이기에 오랫동안 생각하고 추억할 수 있는 그리고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글을 쓸려고 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써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잘 써보려고 하는 욕심이 생기다 보니 속에 있는 마음이 잘 표현되지 않는다. 괜히 내 생각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것에 대한 확신도 없다.
생각을 바꾼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글을 쓰기로.
잘 쓰려 하지 않기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쓰기
아무렴 어때. 누굴 보여주기 위한 것 도 아니고 사명감이 있어서 쓰는 것 도 아니고 단지 순간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의 파편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 두려는 것일 뿐.
잘 쓰려 한다는 것도 하나의 위선 이야. 포장보다 내용이 중요해. 설명도 필요 없어. 설명이 긴 것은 진실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이고 대부분 변명 일 뿐이야. 글이 조금 산만하고 투박해 도 괜찮아. 가진 능력보다 잘 써 보이는 것도 낮 간지럽고 불편해.
철저히 주관적으로 쓰기.
남들이 내 생각에 공감을 해 줄 거란 생각 따위는 버려. 내세울 거는 없지만 아쉬울 거도 없는 내 생의 작은 기록. 이건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거야. 양은 중요 하지 않아. 쓰레기 같은 생각들 아무리 많으면 뭐 해 치우느라 시간만 허비할 뿐. 한 줄이라도 좋아. 내가 만족한다면.
생각의 파편들을 하나하나 주워 모아 퍼즐을 맞추듯이 글들을 정리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의 본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그거면 충분해.
그냥 닥치고 쓰는 거야.
그래. 나쁘지 않아!
이왕이면 들꽃 같은 글을 쓰고 싶다.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고, 기교를 부리지 않는 들판의 야생화 같은. 상상은 상상의 꼬리를 물고 거침없이 이어진다. 그리고 모처럼 심장의 반응은 거침없는 펌프질로 혈류를 증가시키며 세포의 생기를 불어넣는다.
우선,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글로 써보자. 아빠가 살아온 이야기도 좋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참고될 만한 이야기 도 괜찮을 것 같다. 짧지만 울림이 있는 글을 쓰는 거야. 격식 따위는 필요 없어. 베스트셀러를 꿈꾸며 쓰는 글은 아니니까. 나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내 아이들이 힘들고 외로울 때 위로와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글을 쓰는 거야. 나이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잖아!
꿈이 생겼다. 참으로 오랜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