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시장의 비밀 2
회사에서 채용을 하면서 정말 원하는 요건이 까다롭거나, 연봉/복지/회사 브랜드네임 등 외적인 요소가 밀리면 채용하기 힘들다는 것은 당연하다. (이전글 참고) 문제는 회사도 괜찮고, 조건도 괜찮고, 요건도 사실 아주 이상하지 않은 것 같은데도 아무도 채용공고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디즈니플러스 론칭을 준비하면서, 11월 론칭을 앞두고 나는 컨텐츠의 뒷단 운영을 책임지는 역할을 채용하고자 하였다. (당시에는) 디즈니플러스라는 이름만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터라, 내가 디즈니플러스에 조인한 것만으로도 주위에서 축하도 많이 받았다. 그렇게 해서 채용공고를 올렸는데... 1달 동안 달랑 3명만 지원을 했다. 이런. 적어도 10명 이상은 지원하고, 그중에서 좀 추려서 몇 명 인터뷰 보고 그럴 줄 알았는데.
사실 디즈니플러스란 이름도 괜찮은 것 같고, 연봉이나 복지를 내걸지는 않았으나 외국계기업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바를 크게 벗어나지도 않고,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면서 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만 있으면 그래도 괜찮다고 생가했는데... 이건 인터뷰를 지원자별로 비교해서 볼 수준도 안 되었다.
뭐가 문제지? 왜 이렇지? 그 당시에는 밀려드는 일로 내가 감당이 안 되면서, 누구든 빨리 하나라도 오는 게 중요했기에 그런 생각도 제대로 못 했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문제는 두 가지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1. 나는 밀린 일을 빨리 하면 되고, 사람은 인사팀에서 뽑아준다는 생각
워낙 많은 사람들을 단시간에 고용하는 상황에서는 인사팀도 업무 과중이 된다. 동시에 아주 많은 포지션이 진행되고, 모든 포지션이 똑같은 관심을 받기가 어렵다.
나는 당시에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에 집중해서, 채용은 인사팀에서 알아서 해주겠거니 싶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 일이 좀 밀리고 딜레이가 생기더라도,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사람 뽑는 일이었지 않나 싶다.
2. 내가 채용한다는 사실을 세상 아무도 모른다는 것!
3명밖에 지원을 안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 주위에 불평하기 시작했다. 그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디즈니플러스에서 론칭팀으로 채용한다고 하면 당연히 엄청 사람들이 많이 몰렸을 텐데 왜 그렇죠?" 그러게 말이다!!
하지만 곰곰이 반대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보면.. 막상 일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채용시장에 뛰어들어서 이직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지가 않다. 오히려 일 잘하면 일이 몰리고, 그럼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결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런 자리가 있는지, 이런 공고가 떴는지도 전혀 모른다.
헤드헌터는 그럼 어떤가. 나한테는 너무나 중요한 포지션이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진행하는 수많은 포지션 중 하나일 뿐이다. 성공보수 많은 임원자리도 아닌 마당에, 나만큼 발 벗고 나서줄 이는 전무하다.
결국 돌고 돌아 채용을 다시 처음부터 진행하게 되었고, 이번에는 사방팔방 떠들고 다녔다. 인사팀에도 거의 매일 가서 어떻게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지인의 지인에게까지 연락해보고 눈팅만 하던 여러 단톡방에도 공지를 올렸다. 링크드인도 내가 뒤져서 몇몇 사람들을 연락해달라고 인사팀에 보내기도 하고, 하던 일 만사 제쳐두고 사람 뽑는데 매달렸다.
그러자 불과 몇 달 만에 동일한 공고를 다시 올린 거였는데, 지원자가 20명이 넘게 몰렸다. 결국 많은 지원자 중에서 고르고 골라 좋은 분과 같이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이 안 뽑히면 인사팀이, 헤드헌터가, 위에 상사가 고생하는 게 아니다. 결국 내가 고생하고 나만 죽도록 일하는 상황이니, 나만큼 절실한 사람은 회사 안팎에도 어디도 없다. 그러니 결국 내가 그만큼 좋은 사람을 데려오기 위해서 애쓰지 않으면, 내가 채용한다는 사실은 세상 누구도 모를 수밖에!
Image by Tumi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