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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 Nov 18. 2024

걱정의 역사

불안 부자 엄마의 육아일기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걱정과 불안에 마음이 힘들어 냉담하고 있던 성당을 다시 찾았다.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을 하늘에 계신 나의 절대자에게 기도하며 편하게 하고 싶었다. 성당에서 먼저 아이를 키운 육아 선배들을 알게 되며 나의 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모두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 하신다. 마음이 편해졌다. 주님께서 내게 마음의 평안을 선물해 주신 것 같다. 하지만 걱정과 불안은 월경처럼 주기를 타고 항상 찾아왔다.


 평일 미사가 끝나고 성당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그런 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어느 날 지나가던 수녀님께서 내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자매님 총총이의 인간관계랑 사회성을 걱정하신다고요? 자매님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사회성 없는 아이 치고는 참 밝고 해맑아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엄마의 마음을 아이가 느끼고 그럼 아이는 더 위축될 거예요." 하신다.


아.. 항상 불안해하고 무서워하는 우리 아이의 성향이 정말로 나 때문이었구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고 슬퍼진다. 이제 마음을 다잡고 걱정을 하지 않고 아이를 믿어보기로 한다. 하지만 또 불안과 걱정의 주기는 찾아왔다. 항상 불안의 시작은 한 가지 범주이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 없이 외롭게 지내며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봐, 혹시 나쁜 친구에게 좋지 않은 일을 겪을까 봐"


나의 삶에서, 친구 없이 외로웠던 적이 있을까?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내가 걱정하는 것처럼 혼자, 외톨이로 지내지 않았다. 친한 친구와 싸워도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다른 친구가 있었다. 교실의 여왕벌 친구가 "쟤랑 놀지 마"하고 나를 따돌려도 내 곁에 한두 명의 친구는 늘 있었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마음이 정말 많이 괴로웠지만 잘 이겨내며 성장했다.


나쁜 친구에게 좋지 않은 일을 당한 적이 있는가?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런 것들을 걱정하는가? 유아교육과에 다니던 시절 필수과목이었던 "학교폭력 예방"과목에서 보았던 사례들이 너무나 생생했고, 위의 걱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학생 시절의 기억과 합해져서 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렇게 걱정을 많이 하게 되었을까? 나의 걱정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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