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3국의 식사 문화 이야기
어린 시절의 저녁식사 시간, 식탁에 가족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한 손으로 따뜻한 밥그릇을 들고 김치찌게에 밥을 푹 찍어 입에 가져갔습니다. 그 순간, 옆에서 식사를 하시던 아버지께서 버럭하십니다.
“거지나 상놈이 밥그릇을 들고 먹지! 밥그릇은 상위에 두고 먹어야지! 옛날에 머슴들이 왜 밥그릇을 들고 먹었는지 알아? 밖에서 일하면서 밥상을 차릴 형편이 안 되니까 그렇게 먹었던 거야! 바쁘게 일하다 보면 빨리 먹어야 하니까 그릇을 한손에 들고 반찬,국과 섞어서 숟가락으로 퍼먹야했던 거야. 알겠니? 그릇내려놓고 먹거라."
이 야단은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테이블매너(밥상머리 교육)인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무겁고 뜨거운 놋그릇이나 돌솥을 손에 들기도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상식은 1995년 여름, 미국에서 같이 영어 어학연수를 받으며 친해졌던 일본인 친구의 후쿠오카 집에 갔을때 깨지게 됩니다.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친구, 친구의 두 동생 모두 밥그릇, 국그릇을 들고 먹더라구요. 그래서 물어봤죠. 혹시 밥그릇을 놓고 숟가락으로 밥을 먹으면 예의에 어긋나냐고 고등학교 도덕선생님이셨던 친구 아버님께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기무쿤(김군), 사람이라면 고개를 들고 우아하게 먹는 것이 기본이겠죠? 일본에서는 개나 돼지 같은 동물들이나 머리를 그릇쪽으로 숙이고 먹는다고 해서 '이누구이(犬食い) - 개가 밥먹는 방식' 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릇을 들고 먹는 것이 예의죠" 라고 하셨습니다.
엄지손가락은 밥공기의 가장자리 바깥쪽에 두고, 검지와 중지로 바닥 부분을 받치면 약지와 새끼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보조하죠. 최근 일본의 이시바 총리는 식사중 검지의 위치로 논란이 되었습니다. 검지손가락을 그릇 안에 넣었다고 조선식 밥공기 드는 법 (持ち方)이라며 재일 조선인이라는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중국도 밥그릇을 들고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중국의 문화에서도 손에 그릇을 들고 먹는 것이 무례하거나 천박하다고 여겨지지 않으며, 오히려 흔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식사 방식이죠. 특히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 경우, 그릇을 들고 먹으면 밥을 흘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젓가락도 한중일 3국이 다릅니다. 일본이나 중국지인들이 한국 식당에서 꼭 하는 말입니다. "금속 젓가락은 뜨거운 음식을 먹을때 열전도율이 좋아서 뜨겁지 않나요?" 이런 질문을 여러번 받았습니다.한국에서는 금속 젓가락, 일본에서는 뾰족한 나무 젓가락, 중국에서는 각진 긴 나무 젓가락을 많이 사용하죠. 한국의 금속 젓가락은 한식의 다양한 반찬과 밥, 국, 고기를 굽는 행위등을 하며 함께 먹는 식문화와 결합되어 실용성과 위생을 중요시한 결과인 것 같고, 반면 일본에서는 생선등 해산물 요리와 정교한 음식이 많아, 끝이 뾰족하고 나무로 된 젓가락이 살과 뼈를 분리하는 작업에 적합하며 섬세하게 음식을 한 입 크기로 쉽게 집을 수 있게 하죠. 중국은 가족이나 지인들과 대규모로 음식을 나눠 먹는 전통이 강해 긴 젓가락이 더 유리합니다. 긴 젓가락은 뜨거운 음식이나 커다란 요리를 덜어 먹기 편하며, 다량의 음식을 한 번에 다룰 때 유용합니다. 또한, 중국의 볶음 요리나 면 요리를 젓가락으로 다루기에도 좋죠.
이렇듯 동아시아 3국의 식사 예절과 도구는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생활 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한국의 금속 젓가락과 상 위에 두고 먹는 예절, 일본의 우아하게 그릇을 들고 먹는 방식, 중국의 실용적인 긴 젓가락과 그릇을 드는 식사법 모두 각자의 전통과 필요에 맞춰 발전해 왔습니다. 이 차이들은 서로의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포인트입니다. 밥그릇을 들든 두든,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식사 시간 속에서 사람들과 나누는 따뜻한 마음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