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와 준영의 도란도란.
402호, 민규는 오랜만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다. 긴 연결음이 들린다.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민규는 내심 섭섭했다. 그때 베란다에서 오랜만에 스산한 바람이 스쳤다. 곧 여름이 끝난다는 뜻이었다. 민규는 잠도 안 오는 참에 현관문을 열고 복도로 나선다. 복도에는 웬 남자가 후줄근한 양복을 입고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준영이었다.
“어… 안녕하세요?”
민규는 조심스레 인사를 건넸다. 준영은 민규 쪽을 슬쩍 보더니,
“아, 그때 새로 이사 오셨다는 분이구나. 담배… 하세요?”
하고 담배를 쓱 건넸다. 민규는 준영의 곁으로 다가갔다. 준영이 준 담배를 부여잡고는,
“아니요. 그냥 잠이 안 와서요.”
“아, 네. 새집은 어때요?”
“그럭저럭 살만 하네요.”
두 남자는 어색한 첫 인사가 무색하도록 날이 새도록 대화를 주고 받았다. 민규가 이사를 오게 된 이유, 기러기 아빠 준영의 사정 등이 주된 대화 주제였다.
“준영 씨라고 하셨나요?”
“네, 혹시 그 쪽은 성함이 어떻게…?”
“그냥 민규라고 불러 주세요. 말도 편하게 하셔도 돼요.”
둘은 호칭이 어색했다. 민규는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회심의 한 방을 날렸다.
“혹시 옥 선생님은… 어떤 분이세요?”
“아, 옥 선생님은, 음, 좋은 분이시죠. 아직 잘은 모르지만 제 은인 같은 분이랄까요. 애도, 애 엄마도 없는 집에서 절 꺼내주셨죠. 덕분에 제가 여길 떠날 수 없는 이유 아닐까요…”
준영은 옥 선생을 떠올리며 뭉클해졌다. 어느새 해가 뜬다. 민규는 밤을 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준영은 오랜만에 담배가 씁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