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와 식구
일연은 선풍기의 마지막 나사를 조였다. 겉모습은 아직 그대로지만 옥 선생이 보기엔 무언가 달라 보였다. 일연의 솜씨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됐슈. 이제 갑시다.”
일연이 옥 선생과 민규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알겠네. 학생도 같이 간다고 했나?“
”네? 저는……“
민규는 옥 선생과 일연을 따라가기엔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지만, 차마 대답은 못하고 있었다. 말도 얼마 못 섞어 본 사람들과 저녁식사라니, 얼마나 어색하고 민망한 자리인가. 그렇지만 자녁거리도 떨어져 가고 있었고, 혹여나 이웃사촌이 필요할 때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저 가만히 있던 것이다.
정신 차려보니 민규는 옥 선생의 집인 204호 현관문 앞이었다.
“학생, 안 들어오고 뭐 하나?”
“네? 아, 넵.“
민규는 조심스레 운동화를 벗었다. 그 순간, 204호 안에는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슈퍼 앞에서 본 작은 ‘민규‘, 그리고 그 아이의 엄마 되는 사람이었다. 넓은 교자상 옆에 앉은 일연의 오른편에는 — 그러니까 작은 민규의 엄마 맞은편 — 웬 4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아이 아빤가?‘
옥 선생은 소박하지만 정갈한 한상차림으로 민규를 맞이했다. 괜히 민규는 그의 서울살이에 식구가 생긴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