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는 보내지만 학원은 됐습니다.
이 무슨 뜨거운 아아같은 소리냐고요?
"어머님, 정말 매일 집으로 하원하는 거 맞나요?
**이 방과후에 센터 가는 데 없나요?"
올해 3월, 새롭게 배정된 아이의 반 담임선생님께서 내게 하신 질문이다. 선생님의 의아한 기색이 통화로도 느껴져서 왠지 나도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다.
"네, 일단은요..."
다시 선생님께서는, "그럼 스케쥴에 변동이 생기면 원으로 알려주세요."라고 말씀하시며 통화가 마무리됐다.
나의 아이는 올해 한국나이로 6살, 작년부터 2년째 영유에 다니고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은 아니지만 이 지역에선 손꼽히는 학군지에 위치한 유치원으로, 동네의 명성답게 학부모님들의 교육열이 상당하다. 이 유치원 아이들의 가방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하원 시간과 장소, 타는 버스가 적혀진 조그만 종이가 고리에 달려있는데 한눈에 봐도 복잡하다. 내 아이의 것만 빼고.
아, 정확히 말하자면 학원을 전혀 안보내는 건 아니다. 미술학원을 한 군데, 주1회 보내고 있다. 그리고 유치원 방과후로 사고력 수학도 하고 있다. 미술학원은 토요일 오전에 가는데,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토요일 오전 시간을 보다 수월하게 지내고 싶기 때문이다. 남편이 토, 일요일 오전에도 출근하기에 그 시간을 아이와 단둘이 보내는게 쉽지 않았다. 그럴바엔 아이도 덜 지루하고 나도 잠시 아이로부터 해방된 시간을 갖고 싶어 아이가 네살일 때부터 토요일 오전엔 미술학원에 맡겨 왔다. 물론 미술학원의 커리큘럼이 맘에 들고 아이도 만족하지만 그보다 큰 이유는 내가 쉬고 싶어서이다.
물론 영유라고 내 아이처럼 단순한 시간표를 가진 아이들이 없진 않다. 하지만 굉장히 소수이다. 사실 이런 일에서(특히 자식 관련된 일에서) '소수'를 담당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가깝게 지내는 엄마들과 즐거운 대화를 하다가도 내 아이를 뺀 나머지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 얘기가 나오면 나만 할 말이 없어 잠깐 뻘쭘해지기도 하고 어딜 보내서 굉장히 만족이라는 얘기를 들을 땐 안 보낸 내 아이가 뒤쳐질까 엷은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 이것들을 감수하면서도 학원을 안 보내는 건 굉장한 신념을 가져야만 가능할 것이라 오해할 수 있지만 또 그런 굳은 신념은 없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늘 버거운 워킹맘으로서, 또 초등교사로서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교육에 관심이 없진 않은 편인, 여러 모로 평범한 엄마인 내가 어떤 생각으로 '소수'를 자처하고 있는지 앞으로의 글들에 풀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