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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plepie Dec 24. 2022

아이에게 습관을 가르치는 부드러운 방법

 늘 워킹맘 노릇이 얼마나 힘든지를 주제로 글을 쓰고 있지만 인정해야 할 큰 복이 하나 있다. 바로 등원 이모님을 매우 잘 만났다는 것이다. 이모님과 우리부부가 계약한 시간은 하루에 50분, 등원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50분이니 집에 아이와 함께 계시는 시간은 한 45분 남짓이고 내가 출근 한후 이모님과 아이 이렇게 둘이 온전히 있는 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이모님과 만난 지 8개월째, 이 30분이 아이를 파스텔톤의 물감으로 천천히 색을 입히는 장면을 나는 경탄하며 지켜보고 있다.


 내 직업의 특성상  방학에는 이모님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다. 여름방학때는 내가 직접 아이의 등원준비를 맡았는데 그때 나는 말 그대로 보조였다. 굵직한 규칙은 아이에게 다 있었기 때문이다. '씻는건 14분부터 하면 돼요.' '30분에 나가면 1등으로 탈수 있어요.' 같은 아이의 시간표에 따라 움직였더니 방학 한달간 차량 탑승에 늦는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얼마전부터는 아이가 로션을 머리에 바르기 시작했다. 사춘기 초입의 아이들의 담임인 나는, 내가 경험한 세계를 기준으로 애가 드디어 멋을 부린다며 가족 단톡에 호들갑을 떨었는데 알고 보니 그 행동은 아이의 방방 뜨는 머리를 가라앉히기 위해 이모님이 매일 아침 하시는 처방이었다. 뿐만 아니라 머리를 말리는 방법을 얼마나 야무지게 말하는지. 머리를 감기자마자 드라이기를 들이미는 내게 아이는, '일단 수건으로 이렇게 턴 다음에 드라이기로는 마무리만 하는 거에요.'라고 말했다. 또, '로션은 손으로 한번 이렇게 탁탁 문지른 다음에 발라야죠.' 라든가 '얼굴에서 하얀색이 사라질때까지 문질러야해요.'라는 팁들을 알려주었는데 다섯살의 입에서 그렇게 야무진 얘기들이 나오는게  신기한 동시에 이모님에 대한 감사함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사실 나는 정말 세심함이 부족한 사람이다.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많이 나아졌지만 작은곳까지 신경 쓰는 것은 여전히 내게 너무 어려운 일이다. 난 이리저리 뻗치는 아이의 머리를 봐도 사실 별 불편한 맘이 들지 않는 사람이고 아이 얼굴에 허연 로션자국이 남아도 곧 스며들텐데 뭐, 하며 신경쓰지 않는다. 이런 나를 보며 남편은 '딸 엄마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다'며 놀리지만 별로 기분 나쁘지 않고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이런 나의 부족한 점을 이모님이 채워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돌아보니 많은 어른들이 아이에게 규칙이나 루틴을 가르칠때 이미 알았어야 마땅하다는 듯이 다소 아이를 멸시하며 가르치는 것 같다. 나 역시 어린 시절 대가족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옷을 바르게 정리해라. 그런것도 다 도덕이다. 너 학교에서 도덕 배우지?'라고 하신 친척 어르신의 딱딱한 말씀과 그때의 창피했던 감정이 지금까지 남아있고 그렇게 배운 내가 교사가 되어서 아이들에게 같은 식으로 가르치고 있는것 같아 뜨끔한 마음이 드니 말이다. 습관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이니 마땅히 몸에 배어 있어야 하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게 다소 심하게 굴었던 건 아닌지 이모님이 아이를 대하시는 모습을 보며 반성한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모님이 아이에게 따뜻한 목도리를 선물로 주셨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카드를 사지 못해 미안하다며 스케치북에 대신 남기신 메시지를 보며 나 또한 주변에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살아야지 생각한다. 나는 이모님 선물을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나 역시 아직 배울게 한참 많은 어른이인 것이 틀림없다. 이모님이 아이에게 보여주신 방식을 보며 아이도 나도 좋은 습관을 부드럽게 익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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