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공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우리 반 아이들을 위해 산 두 개의 공. 그런데, 두 개의 공 중 하나는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외롭게 구석에 놓여 있었다. 그 광경이 마음에 걸려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인기 있는 공은 적당히 말랑말랑했고, 구석에 있는 공은 바람이 꽉 차서 단단했다.
나는 순간적인 실수로 구석에 있는 공에 바람을 너무 많이 넣었던 기억이 났다. "조금만 더 넣으면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던 그 작은 판단이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 줄은 몰랐다. 아이들은 손에 쏙 들어오는 말랑말랑한 공을 좋아했다. 튕길 때도 부드럽게 반응하여 다루기 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단한 공은 튕기기도 어렵고, 잡기도 힘들어 아이들이 자연스레 멀리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공놀이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며 문득 사람 사는 것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너무 가득 차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다가오기도 어렵고, 함께 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는 종종 더 많은 것을 얻고, 더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채워가지만, 그럴수록 더 딱딱해지고, 주변 사람들과의 거리는 멀어진다.
나는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생각했다. 적당히 말랑말랑한 공처럼, 적당히 여유를 가지며 살아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우리 자신을 너무 꽉 채우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주변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너무 많은 욕심이나 부담을 가지기보다는, 적당히 비워두고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랑마랑한 삶의 지혜.
이 깨달음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이들이 말랑말랑한 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그들은 작은 손으로 공을 튕기고, 서로 주고받으며 즐거워했다. 그 모습은 순수하고 행복해 보였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적당히 여유를 가지며, 주변 사람들과 함께 웃고 어울리며, 딱딱한 껍질 대신 부드러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한 삶의 비결일 것이다.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며 문득,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그 시절에도 나는 공놀이를 좋아했다. 말랑말랑한 공을 손에 쥐고 마음껏 뛰어놀던 그 시절의 나처럼, 지금의 나도 조금은 더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삶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적당히 비우고 여유를 가지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다시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오늘의 작은 깨달음을 아이들과 나누기로 마음먹었다. 그들도 이 작은 교훈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워가길 바라며, 함께 말랑말랑한 공처럼 살아가는 법을 익혀가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