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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Luna Sep 02. 2022

설렘에서 단조로움으로

교육행정직 근무를 떠올리며

하루하루가 무료하게 느껴지더라도, 하늘과 초록잎들은 매일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기쁨을 준다. 매 일기마다, 그날의 자연을 찍어 올리는 것은 나의 하루는 매일 특별하다는 뜻이다:)


‘컬처쇼크’였던 첫 근무지


나의 첫 근무지는 시골 학교 행정실이었다. 신규임용자들은 선택지가 없다. 현직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자리로 발령을 받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대중교통은 다니지도 않는,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산을 몇 번이나 넘고, 고라니가 튀어나오는 시골 학교로 발령받았다.


그런 말이 있다. 입직 운이 공직생활 내내 따라다닌다고. 전임자 복이 없었다. 동기들은 전임자에게 인사를 하고 업무를 인계받는데, 나는 전임자 얼굴도 보지 못했다. 차후 알게 되었지만 내 자리는 전임자들이 고충 민원, 휴직, 전출 등을 신청하여 1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전임자 복이 없는 것은 여전하다.


내 근무지는 다음 글에서 서술할 장·단점은 다 가지고 있으면서 시골학교의 장·단점도 추가되는 곳이었다. 한마디로 ‘컬처쇼크’였다. 행정실장님조차 이곳을 영화 ‘이끼’ 같은 곳이라 하셨으니, 내 근무지가 매우 특수했던 것은 사실인 듯하다. (차마 공개된 장소에 어떤 곳인지는 기록하지 못하겠다.)


나보다 근무경력이 오래된 선배가 근무하고 있었지만, 차석 업무를 거부하여 신규인 내가 차석이 되었다. 이후 학교 재학생이 줄어들면서 행정실 인원이 감축되었고 선배가 다른 학교로 이동하였다. 선배의 업무를 넘겨받았고 업무량이 늘어났다. 예산과 학교운영위를 제외한 업무를 다 섭렵하게 되었으니, 나는 시골학교에서 그렇게 단련되었다.



멍청이가 되어 가는 기분


차차 업무가 익숙해지자 나의 일이 단순 반복 업무로 느껴졌다. 비효율적인 업무, 이해할 수 없는 업무도 많았다. 이전 직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업무성과를 냈어야 했던 탓인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서 일을 하는 것이 지겨웠다.


비효율적인 업무이지만 관행적으로 해왔으니 해야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업무를 개선하자고 말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고, 반영될 리도 없을 터이기도 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업무 분장에 대해서 동기들이 있는 학교와 주변 학교들 사례를 조사하고, 법적 근거도 파악하여서 개선하자고 주장하여 바꾸기도 하였다.




당신이 보기에 이미 죽어버린 관례들에는 절대 순응하지 말라.
그것은 당신의 잠재력을 흩어버리기 때문이다.

세상은 자기에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불쾌하게 반응함으로써 채찍질한다. 

당신의 진정한 행동은 스스로 설명할 것이고
다른 진정한 행동들도 거기 동참할 것이다.
 
하지만 순응하는 태도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자기신뢰』


순응하기를 원하는 조직에서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조직 문화 특성상 따지기 시작하면 조직 분위기가 훼손되기 시작한다.


현상유지가 큰 덕목이 되는 곳. 문제점 개선을 말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곳. 나에게 교육행정직 또는 공무원은 단점이 치명적인 곳이었다. 나는 주관이 뚜렷하고, 적극적인 성향에, 성장과 배움의 욕구가 강한 편인데 어느 곳보다도 무사안일주의에 순응하길 원하는 조직에 갔으니 말이다.


내가 사기업에서 ‘성장’과 ‘의미’, ‘재미’, ‘연봉’을 포기한 대신 얻은 것은 ‘워라밸’ 단 하나였다. 지금은 이렇게 조금은 정확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냥 너무 재미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다.


입직 후 1년이 지났을 때였을까. 직원 대상 전산 교육시간에 ‘공무원 퇴사’를 검색했다. 바로 옆에 앉아 있던 동기가 우연히 내 화면을 보더니 자기 마음과 같다고 느꼈는지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그 동기는 몇 달 후 휴직을 선택했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나는 어떤 업무든 ‘하는 만큼 내 것이 된다’는 마인드로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는 편이다. 전임자가 했던 업무를 그대로 따라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맡은 업무의 법규를 공부하고, 매뉴얼을 익히며 업무를 수행했다.


첫 근무지에서 숙지한 다양한 업무는 이후에도 내 소중한 자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도 존경하고 연락을 드리는 실장님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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