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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딸, "아무 꿈도 꾸고 싶지 않아."| 육아에세이

4살보다 5살이 좋은 이유

by 행복별바라기

딸은 요즘 밤에 잠들기 전, "아무 꿈도 꾸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서운 꿈을 꾸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엄마와 신나게 노는 꿈, 엄마와 놀이동산에 가는 꿈을 꾸게 해 달라고 기도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잠들었다. 잠들기를 싫어하는 딸에게 이 기도는 효과적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무 꿈도 꾸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고 무심코 넘겼다.

어제 문득 이유가 궁금해져서 물었다.

"왜 아무 꿈도 꾸고 싶지 않아?"

"나쁜 꿈은 무서워서 싫고, 좋은 꿈은 꿈에서 깨어나기 싫어서 싫어. 꿈에서 깨면 다 사라지잖아."

몰랐다. 신나는 꿈을 꾸고 잠에서 깨면 아이가 실망할 수 있다는 것을.


딸은 말을 빨리 시작했고 발음도 명확하다. 작은 체구에, 뽀송뽀송한 아기 같은 얼굴로 또박또박 말을 하면 사람들은 신기해했다. 딸이 말을 빨리 해서 좋은 것은 그 순수한 생각과 감정을 말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4살이 되면서부터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오가며 말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놀이동산 갔다 왔어."라며 신나게 놀이동산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상상의 세계에 들어가서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런데 친구가 때렸다는 말, 선생님이 자기만 혼냈다는 말은 현실인지 상상인지 구분이 안되었다. 상황도 세세하고, 표정도 진지하니 구분이 어려웠다. '내가 없을 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내 머릿속에서 걱정의 물음표들이 생기는 날도 있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나면서 내가 물음표를 달게 되는 것들은 대부분이 상상 속에서 나왔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다.


"아빠! 말 좀 그만해."

"엄마, 오빠 말고 내 말 먼저 들어."

딸은 우리 집에서 말이 가장 많고 목소리도 가장 크다. 자신이 말을 해야 하는데 아빠나 오빠가 말을 하면 먼저 하겠다고 아우성이다. 5살이 되어도 여전히 상상의 말은 이어진다. 다행히 몇 마디 더 나누면 배시시 웃으며 상상의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5살이 되어 자신의 의견이 더 분명해져서 때로는 내가 힘들 때도 있지만 딸의 말은 언제나 호기심이 가득한 5살의 세계로 나를 초대한다.

눈동자를 굴리며, 입을 뾰족이 내밀며, 생글생글 웃으며 종알거리는 말들 속에서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딸의 속마음을 찾아내는 놀이는 언제나 흥미롭고 때로는 뭉클하다. 가끔은 정신없는 일상에서 딸의 말 한마디를 놓쳐서 펑펑 울게 만들기도 하는 엄마이지만 4살 보다 5살이 되어 더 좋고, 6살에는 어떤 말을 하게 될까 기대가 된다.


딸은 엄마가 둘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자기만 안아 주고 자기랑만 놀아주는 엄마가 있으면 좋겠다는 딸에게 꿈에서라도 딸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 엄마이고 싶은데, 꿈에서 깨어나도 실망하지 않는 현실의 엄마이고 싶은데 오늘은 얼마나 더 안아 주고, 얼마나 더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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