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예쁜 말짓기
문자로도 이렇게 따뜻할 수 있군요.
매년 1월 1일이면 작년 한 해 동안 특별히 감사했던 사람들, 올 한 해에도 계속 가깝게 지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개인맞춤형의 텍스트를 보내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보내지는 못한다.
“OO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작년 한 해 동안 좋은 이웃으로 함께해서 넘넘 좋았어요 늘 따뜻한 OO님 덕분에 더 따뜻한 한 해를 보냈어요~ OO님의 소망이 있다면 올해 꼭 이루어지길, 감사가 넘치는 한 해 보내시길 바래요.”
한 지인에게 내가 보낸 문자였다. 이어 그녀에게서 온 답장의 시작이 “문자로도 이렇게 따뜻할 수 있군요.”였다. 그 문자를 받는 순간, 기분 좋은 향기가 느껴졌다. 그녀와 대화를 할 때, 그녀가 미소 지을 때, 그녀에게 안부 문자를 받을 때 항상 느꼈던, 깊고 은은한 향기이다.
늦은 여름과 이른 가을 숲 속에 서면 옅은 바람에 실려 오는 기분 좋은 향이 있다. 마르지 않은 나무와 흙, 꽃의 향기가 잘 어우러진 자연의 향이다. 그 향을 맡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내면의 소란이 잦아진다. 그녀의 말에서 전해지는 향기가 꼭 그렇다.
그녀는 나의 새해 인사에 따뜻함의 온기를 느꼈다고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서 향기를 느꼈다. 말에 그런 향기를 담을 수 있는 그녀가 참 좋다. 고백하자면 나이가 나보다 몇 살이나 적은데 언니 같다. 오래도록 가까운 이웃으로 지내고 싶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말들 사이에서 살아간다. 그 말들은 때로는 따뜻한 위로가 되어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때로는 차가운 칼날이 되어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녀와 같이 말에 좋은 향기를 담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었다. ‘예쁜 말짓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말짓기는 단순히 아름다운 단어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다. 밥짓기, 글짓기, 집짓기와 같은 과정을 거치는 예술이다. 밥을 짓기 위해 우리는 좋은 재료를 고르고, 정성을 다해 조리한다. 글을 쓸 때에는 깊은 사고와 정제된 언어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한다. 집을 짓는 일에는 튼튼한 기초와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말짓기도 깊은 생각과 배려, 그리고 정성이 필요한 행위다.
우리 집에서는 남편을 위해 고슬고슬한 현미밥으로, 아이들과 나를 위해 고슬고슬한 백미밥으로 짓는다. 가끔 아버지를 위한 밥을 지을 때는 조금 된 잡곡밥으로 짓는다. 밥을 지을 때는 먹을 사람을 생각하며 짓고, 집을 지을 때는 그 집에 살 사람을 생각하며 짓는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글을 읽을 사람을 생각하며 쓴다. 말도 그래야 한다.
말하기 전에 듣는 사람을 생각하고 말하는 것, 그냥 말하기가 아니라 말짓기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단순히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자신의 진심을 전하는 방법이다.
내 말은 어떤 향기를 전하는지 생각해 본다.
설마 무향은 아니겠지...
고약한 냄새보다는 차라리 무향이 나르려나...
상큼하면서 우아한 향을 내면 좋겠다는 욕심을 내본다. 요즘 즐겨 마시는 자몽허니블랙티와 같은 향이 난다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할지도 생각해 본다.
말에 향기를 담는 예쁜 말짓기의 여정을 시작했다. 매일 사용하는 말에 ‘생각’을 한 스푼 더한다면, 우리 삶이 어떻게 변화될지 기대가 된다.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