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도 행복한 아이가 되게 하는 법
얼마 전, 신문에서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된 미국 브라운대 숀 디오니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봤다. 코로나19로 인해 영유아들의 뇌 발달이 저해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3년째 접어든 코로나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 마스크 벗으라고 하면 다시 쓰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안 벗겠다고 한다. 불편함이 익숙해져 버린 아이들.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이 아이들의 인생에서 용기를 앗아가지는 않을까 걱정될 때도 있다.
오늘도 아이들이 무사히 등원했다. 딸이 아빠와 만들어 놓은 기찻길이 거실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장난감들이 항상 그리움을 부르는 건 아니지만 오늘따라 헤어진 지 1시간도 안되었는데 벌써 그립다. 기찻길을 제외한 모든 장난감과 책들은 정리한다. 오늘 기찻길은 나와 함께 기다리는 역할!
오늘도 아이들이 무사히 등원했다. 딸이 아빠와 만들어 놓은 기찻길이 거실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장난감들이 항상 그리움을 부르는 건 아니지만 오늘따라 헤어진 지 1시간도 안되었는데 그립다. 기찻길을 제외한 모든 장난감과 책들은 정리한다. 오늘 기찻길은 나와 함께 기다리는 역할!
아침에 아이들이 일어나면 마치 몇 백만 년 만에 만난 듯이 반긴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만지고 쓰다듬는다. 온 얼굴에 뽀뽀 세례를 하고, 밤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사랑 고백'을 한다
코로나19가 영유아들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 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의견을 냈다. 영유아는 생후 3년 동안 경험해야 할 최소한의 경험과 환경이 있는데, 아이가 시각, 청각 등의 오감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아기의 뇌에서 감각 피질이 왕성하게 발달하도록 돕고 향후 정서적, 사회적, 언어 발달 그리고 더 나아가 고위 인지 발달의 토대를 갖추게 만든다고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한 아이가 되는 방법은 시선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고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사랑과 신뢰, 애정을 충분히 표현하면 아이도 그러한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으로 자란다.
나의 인생 영화, 1999년에 개봉한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주연의 <인생은 아름다워>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을 배경으로 한다. 유대인인 주인공 귀도는 다섯 살 아들과 무자비한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되는데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들에게 삶의 희망을 보여주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이 아름다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주인공 귀도가 죽으러 가는 순간이다. 아들에게 게임의 마지막이니까 꼭 숨어 있으라고 당부하고, 미소를 보이며 씩씩한 발걸음으로 죽음으로 향한다. 영화에서는 아빠가 끊임 없이 보낸 신뢰와 애정의 표현이 어린 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된다. 아들은 전쟁을 이겨낸 삶을 다시 살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받는 사랑의 표현으로 하루의 에너지를 만들고 씩씩하게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된다. 희망은 결국 그런 사람의 몫이 된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행복한 아이는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아이는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코로나 시국에 아이를 위한 고성능 마스크와 걱정을 쌓느라 아이와의 정서적 교감을 흘러 버리고 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제, <할아버지와 요술 피리>라는 동화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할아버지의 요술 피리>는 피리 안에는 뭐든지 들어 있어서 불면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요술 피리가 있으면 뭐가 나오면 좋겠어?"
아들은 "쥐라기 파크!" (레고 쥐라기 월드에 빠져 있는 아들답게)
딸은 "번개맨!" (번개맨 찐팬인 딸답게)
"그럼, 엄마의 요술 피리에선 뭐가 나올까?"
아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우리! 나랑 지안이."
나는 정답이라고 환호해주었다.
아이들이 엄마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기뻤다.
친구들이 가끔 물어본다. 어떻게 그 나이에(!) 일 하면서 어린애 둘을 키우느냐고.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냐고. 아이들의 꽃 같은 미소에, 따뜻한 포옹 한 번에 생기는 신비한 힘이다.
어떤 목적이나 보상도 없이 '주는 기쁨'을 알게 해 준 아이들, 어느새 세상에서 가장 달달한 사이가 되어 버린 너와 나,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인 것처럼 달달하게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