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효목 변호사 Feb 26. 2022

'이혼'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한 집 건너 이혼'인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통계를 보면 1년에 혼인건수는 약 21만 건인데 이혼건수는 약 10만 건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전체 통계에 따른 것이니 어떤 부부가 혼인을 하면 50%의 확률로 이혼을 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고, 단지 우리가 그만큼 이혼이 자연스러운 사회에 살고 있다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저는 이혼전문변호사로 일을 하다 보니, '이혼'이 너무 익숙해져서 어떤 때에는 이혼을 하지 않고 평생 함께 살아가는 부부를 보면 오히려 비정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한 때의 일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결혼하는 신랑, 신부를 찾아가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 앉아 결혼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은은한 조명, 로맨틱한 감성을 한껏 올려주는 아름다운 연주의 끝에 신랑과 신부가 입장을 합니다. 그리고 신랑의 아버님, 신부의 아버님께서 각자 축복의 말씀을 전해주셨고, 양가 부모님들이 앞에 나오셔서 하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셨습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어 옆에 앉은 제 친구에게 조용히 말해주었습니다. 



"있잖아. 좀 이상한 얘긴데. 난 이제 저렇게 양가 부모님들이 아직 이혼을 하지 않으시고 지금까지 같이 사셨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진다?"  



제 말을 들은 제 친구는 웃으며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다고 했습니다. 결혼식장에 들어오기 전에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제가 이혼 사건을 많이 수행한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에 제 뜻을 정확하게 이해를 한 것 같았습니다. 한 부부가 결혼식을 올리고 같이 살면서 아이를 낳고, 직장생활 또는 사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새롭게 묶인 가족들과 친척들 일로 고민을 하며,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고 수없이 많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지겹도록 반복하여 결국 자신의 아이가 결혼하는 이 자리에 함께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무난한 결혼 생활'을 이어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친구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이 사회에 살아가는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만큼 이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예외'로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그냥 이혼해버릴까?"라는 말들을 많이 하십니다. "이럴 거면 그냥 이혼하자."라는 말도 부부 사이에서 종종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정말 '이혼'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으신 분들도 은근히 많음을 느낍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로서 제가 생각하는 이혼에 대해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이혼'은 '이별'을 의미합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법적으로는 '이혼'은 '혼인신고'가 마쳐져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부부처럼 사는 것을 법적으로는 '사실혼 관계'라고 합니다. '사실혼 관계'에 있다면 '이혼'이라고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의 종료'라고 표현합니다. 결국 '이혼'은 결혼식을 했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혼인신고를 했는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어느 부부가 결혼식을 했든, 어떤 이유에서든 결혼식을 하지 않았든 '혼인신고'를 했다면 '법률상 배우자 관계'에 있게 됩니다. 혼인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보면 배우자와의 '혼인신고'가 마쳐졌다고 기재가 되며,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보면 '배우자'로 상대방의 이름이 나타납니다. '이혼'은 법률상 배우자 관계에 있던 상태와 '이별'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이제 가족이 아니고, 법적으로도 더 이상 누군가의 '배우자'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혼'을 하게 되면 과거의 생활과도 '이별'을 하게 됩니다. 더 이상 남편과 같이 살지 않게 되고 만날 일도 없습니다. 배우자로서 주어졌던 정조의무와 부양의무도 더 이상 의미가 없으므로 다른 이성과 만남을 가져도 되고 전 배우자가 어떻게 사는지, 어디서 사는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이혼을 하고서도 같이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흔히 '재결합'이라고 표현하고, 법적으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실혼 관계'에 해당합니다.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혼한 이후에 다시 재결합해서 또 한 번의 혼인신고를 마치면 다시 '법률상 배우자'의 관계에 있게 됩니다. 



'이혼'을 하면 전 배우자가 '남'이 되지만 완전한 '남'이 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가 있는 경우에 그렇습니다. 나의 아이가 전 배우자의 아이이기도 하여, 아이에게는 여전히 엄마,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전 배우자와 '양육비', '면접교섭'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연락이 유지될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면접교섭을 원하지 않는 경우라면 아예 평생 만나지 않고 살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이혼은 이별을 의미합니다.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이 이혼에도 양면이 있습니다. 이혼이 '이별'이기 때문입니다. 





'이혼'은 '시작'을 의미합니다. 


제가 이혼전문변호사로서 항상 놓치지 않고자 노력하는 것은 바로 '행복'입니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너무 식상한 단어가 되어버린 것은 그만큼 '행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당연한 것처럼 식상한 것은 없으니까요. 



행복해지기 위해서 '이혼'을 하는 것입니다. 불행해지기 위해서 '이혼'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그러므로 '이혼'은 '행복'이라는 목적지로 가는 첫출발이고, 시작입니다. 



상대방 배우자가 지속적으로 행하는 잘못된 행동,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그로부터 받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대부분은 '나' 자신이 더 이상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이혼'을 결심하지만, 많은 경우 '나의 아이'가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혼'을 결심하기도 합니다. 



제가 이혼 사건을 맡아서 수행한 다음 이혼을 하고 나서 행복하게 사시는 분들의 연락을 받습니다. 새로운 직장을 찾아서 자신의 역량을 맘껏 펼치는 분들도 계시고, 더 이상 폭행을 당하지 않고 평안하게 사시는 분들도 계시고, 늘 불안에 떨면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던 아이가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한 아이로 웃으며 학교생활을 한다고 알려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분들에게는 '이혼'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불행했던 과거의 '청산'이고,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길로 걸어가는 첫걸음, 바로 '시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혼을 '혹독한 겨울에서 벗어나 맞이하는 봄의 초입'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혼의 의미에 대해서 말씀드렸으니, 다음에는 '이혼을 해야 하는 이유', 즉 '이혼사유'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별 다른 이유가 없이 그저 배우자가 싫어져서,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혼 사유'를 크게 중요하지 않게 여기시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그러나 '이혼 사유'는 이혼을 하는 방법, '협의이혼', '재판상 이혼'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내용입니다. 




이전 글 :   (2)   우리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다음 글 :   (4)   '이혼'을 결심하게 하는 이유들


이전 02화 우리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