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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Mar 25. 2024

43화: 며느리의 분노는 왜?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분가가 결정되다. 이 상황에서 분가를 하게 되면  양쪽이 다 제대로 된 집을 구할 수가 없다. 먼 거리 이사로 인한 아이들 학교 문제도 생기고 단칸방에서 살아야 할 수도 있다.


런  참담한 결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 나에게 책임을 물을 것만 같았다. '네가 성격이 강해서 이렇게 된 거야.' '어느 시모가 너 같은 며느리랑 잘 살 수 있겠어?' '그 사업이 잘 될 줄 알았냐? 시부모님 모시면서 애나 키울 일이지.'라고 어디선가 수군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여보세요? 내 탓이 아니라고! 난 시부모님과 잘 살아보려고 했다고!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당신들이 알아? 봤냐고?' 난 허공에, 벽에 대고 속으로 외칠뿐이었다


10년간의 고부 관계 속에서 나의 헌신과 배려 그리고 그녀에 대한 정신적, 물질적 봉양은 물거품이 되었다. 이를 난 '시모의 배신'이라고 단죄하고  이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기 위해 눈이 빨개지도록 뭔가를 뒤지고 다녔다.  이 결과에 대해 내가 하등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객관적인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 '전 열심히 노력했어요. 시어머니 문에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어요!'라고 외쳐봤자 그 누군가가 '며느리도 어느 정도 원인 제공을 했겠지.'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내가 어떻게 노력하고 자아를 죽이고 그 분과 잘 지내보겠다고 내가 어떻게 나를 누르고 부르르 떨면서 기어 다녔건만... 이런 결과가 나왔단 말인가. 너무 억울했다. 어떤 식으로든 이 부분에 대해 인정을 받아야 내 분노가 조금이라도 가라앉을 것 같았다


시모가 악인이고 죄인이라고 만천하에 공개하고 그녀는 그에 응당한 대가를 치르고  그녀의 악행을 증명해 내어  남편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나에겐 어떤 잘못도 없음을 인정받고 나아가 그간의 나의 노력을 그들이 알아주어야만 한다는 시나리오가 머릿속을 떠다녀 하루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10년간  시모 집에서 이간질 내지는 계략을 꾸미는 데 모든 시간을 할애했기에 우리가 이별을 하더라도 가족 내에서  내 실추된 이미지를 제자리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업에 끼친 그녀의 영향은 또 어떠한가.  집에 왔을 때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그녀는  날 편안하게 해 준 적이 없었다. 365일 울고 항상 서운하다고 흐느끼고 다른 한 편으로는 뒤에서 계략을 꾸며  나를 후레자식으로 만들었다. 그녀의 자매가 그녀를 불쌍히 여기게끔 들고 (그들 생각에) 패륜아인 나를 피해 미국에서 시어머니가 요양하게끔  했다. 왜 가해자가 요양을 가는가?


퇴근 후 집에 오면 나에게 짜증을 내거나 서운하다고 울어서 나로 하여금 밖에 나가 술에 의존하고 모텔을 전전하게끔 만들어 버렸다.  매일 아침 이미 나는 피곤에 어있는 상태로 업무를 시작했다. 왜냐하면 퇴근 후 밤에 싸우고 밖에 나와 술을 마시고 새벽까지 잠을 못 자니 다크서클이 사라질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비용 지금 생각해 보면 서민 입장에서는 실로  큰 액수다.


결국 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시어머니는  도움은커녕 걸림돌이 된 존재로, 늘 방해를 했고  내가  일에 전념못하게 했지만  사업부진에 대한 결과 내가 다 책임을 져야만 했다. 결국 정신의학과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사실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지만 원인 제공은 시어머니에게 있다. 난 매일 설득했다. '어머니, 우리는 경제 공동체라 제가 사업 망하면 어머니 노후도 없어요. 그러니 저 일 좀 전념하게 도와주세요.' 그러면 어머니는 '알았다.'하고 말하며 내가 불쌍하다며 우신다. 그러나 다음날이 되면 모든 게 다시 리셋되고 나에게 뭐가 또 서운하다며  퇴근 후 파김치가 된 내가 잠도 못 자게 울고불고 짜증을 낸다. 매일 반복되는 이 어처구니없는 일상에 난 속이 타들어가기만 했다



10년 세월에 대한  그녀의 배신과 내 사업에 대한 방해... 이 두 가지 사항으로 그녀를  죄인으로 단죄했지만 난 매일이 고통이었다,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이 지경이 될 수 있을까. 남편은 나와의 이혼을 원치 않지만 때로는 수수방했던 그도 젠 달갑지 않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한테 시어머니의 악랄한 기행을 전달했지만 의사는 '분가했으니 나아질 것'이 약물 치료에 전념하자고만 할 뿐 그녀를  악마로 만들어주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그녀가 악마라고 객관적으로 판단해  결과지에 도장을 찍어줄 수 있을지...


 상담치료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지난 세월 난 아무 잘못도 없음을  그리고 시모가 마녀임을 객관적으로 확인받아야겠다. 이후에 난 영원한 이별을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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