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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Mar 22. 2024

42화: 며느리도 정신과에 가다


특정 건물만 보면 심장이 뛰는 병에 걸렸다. 그런데 그 건물은 우리 집 근처에 있다. 이는 곧 ''이 두려운 장소가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집에 있는 누군가가 원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맞다! 시어머니가 원인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집에 시어머니가 없는데도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건 또 뭔지... 워낙 그 집에서  그녀와  얽힌 사건이  많아서 집 자체가 두려움의 상징이 되어버린 걸까?





처음  방문한 병원은 젊은 여자 의 진료를 하고 있었다. 선한 눈매를 가진 그녀는 내  증세를 더니 기본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검사 몇 개를 치르고 난 후 그 의사는  말했다.


"검사 결과상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시고요... 다음 항목은... 검사에 의하면... 검사상... 이 그래프를 보시면..."                                                                                                                                              


주로 검사에 나와 있는 수치와 소견을  말했는데  검사 결과도 중요하지만 전문용어가 많아  직관적으로 빨리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난 어서 약을  먹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어서  마음만 조급해졌다.


"선생님! 일단 전 약을 빨리 먹고 싶어요. 이러다 을 것 같아서요!"


그녀는 검사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해주었고 난 무언가 채워지지 못한 마음을 안고 병원을 나왔다.


약을 먹으니  약간의 위안은 되었지만  본적으로 증상이  개선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너무 어린 의사가  상담을 하니 내 마음속에서  '어린 당신이 알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밀려와 아무래도 다른 병원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간 병원나이가 지긋한 원장 선생님이 진료를 했는데  특유의 냉소적인 분위기가 진료실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기분이 좋지 않았던 건  환자인 나를 보지 않고 계속 컴퓨터 화면만  응시하는 자세를 취했는데 그러다 보니 내 안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


"네... 네... 네..."


만 읊조렸다.  이 병원도 나하고 안 맞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정신의학과도 하다고 아무 곳이나 갈게 아니라 인터넷로 검색해서  미리 알아보고 나하고 맞는 곳으로 정해 진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주변에 있는 정신과를 몇 개 검색해 본 후, 방문한 환자들의 리뷰를 거의 다 읽어 보았다.  리뷰 중에서 '의사가 친절하다,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약을 환자에 맞게 지어준다.'라고 평가받은 병원에 전화를 했다.


세 번째 병원 신중하게 선택하기로 했다.


내가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정신과를 알아볼 줄 꿈에도 몰랐다. '라떼'에는 정신과를 가면 그 이력이 남아 회사에 취업하는데 혹은 이후  사회 생활하는데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해 꺼려지는 게 사실이었으나  세상이 변했고 세대가 달라졌다. 이제는 정신적으로 이상 징후가 보이면 정신과에  빨리 가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인정야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그래야 병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내 심장이 심하게 뛰니  이것저것 따질 게 아니었다.




00동 오래된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00 정신과는 다른 병원 진료실과 달리 조명이 어두운 편이었다. 미색으로 칠진 벽면의 한 구석에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작은 병원이지만 포근한 분위기다. 대기실에 기다리는 사람이 두 세명 있었지만 다들 휴대폰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나도 슬그머니 휴대폰을  꺼내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뉴스를 이것저것 검색해 았다.


"이경란 님, 들어가세요."


간호사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료실 안도 클래식 선율로 가득하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 어디가 불편하세요?"

" 제가 00 건물만 보면 심장이 막 뛰어요."

"언제부터 이  증상이 시작되었나요?

" 증상만 보면 2주 된 것 같네요.  이상한 시어머니와 10년간 같이 살았는데요.. 최근에 관계가 더 안 좋아졌거든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천천히 누설하기 시작했. 10분 정도 간단히 상담을  한 후 의사는 몇 가지 검사를 또 해보자고 했다.


검사를 마친 후 의사가  했다.


"불안 정도가 아주 높게 나왔어요. 약을 드셔야 할 것 같아요."


시어머니의 정신적 유산을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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