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오다가 모 회사 사옥을 끼고 우회전을 해야 내가 사는 동네가 보인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그 회사 건물이 보이면 갑자기 심장이 마구 뛰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보금자리인 집이 가까워지면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증상이 생긴 것이었다. 너무 놀라서 다양한 심호흡법을 하며 진정하려고 노력도 해보고 명상도 시도하고 기도도 해보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왜 이런 증세가 생겼는지 알 길이 없었고 무엇보다 심장 부근에 통증도 동반했기에 병원에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날은 남편이 운전하고 내가 조수석에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또다시 심장이 심하게 뛰는 것 같아 응급실을 가려고 한 적도 있으나 이때 집 근처 호프집에서 맥주 한두잔을 빨리 마시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것 같기도 해 병원행을 계속 미루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증세가 악화되어 가는 것 같아 대학병원심장외과와 소화기내과 양쪽을 예약을 해 놓고 진료를 시작했다.
대학병원에서도 할 수 있는 여러 정밀 검사를 받아 보았지만 의사는 우선 심장 쪽은 문제가 없는 것 같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내 심장이 집 근처에 있는 특정 건물만 보면 불규칙적으로 뛰는 것에 대한 원인을 찾을 수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어느 날.
진료를 받던 중 심장 전문의가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해 주었다.
"혹시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그럴 수도 있으니 정신과 상담을 한 번 받아보시죠..."
"... 네."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심장이 간헐적으로 미친 듯이 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건물만 보면 통증이 시작되기에 당분간 지하철을 타든 지 다른 길로 가든지 그 건물을 피해서 귀가하는 루틴을 바꿔야 할 정도였다. 심장이 마구 뛰면서 쥐여 짜는 듯한 통증이 따라오니 정말 죽을 것 같았다. 결국 정신과에 가 보기로 했다.
정신과 첫 방문.
생각보다 병원에 사람이 많았다. 나는 상담보다는 날뛰는 심장을 정상으로 만들어 줄 약을 빨리 처방해 달라고 요구할 참이었다. 그래야 하루를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