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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Mar 15. 2024

40화: 카톡으로 모든 게 끝남(2)


사랑하는 숙희(시어머니의 미국 친여동생)에게...


라스베이거스 날씨는 어떤지... 넌 건강한지... 모든 게 궁금하구나. 정말  보고 싶다.


난 몸이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은 고통 속 하루하루 주님 의지하며 기도하며 너에게 가서 요양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돈이 없어서 병원도 못 가고 치료도 못 받고 있는데 집 문제가 생겨 얼마 있다가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 생겼단다. 전세가가 너무 올라 살 집도 못 구했는데 아들과 며느리는 나한테 500만 원 가지고 원룸이나 알아보라고 힘도 없고 아픈 노인인 나를 내쫓으려고 하고 있단다. 내가 너무 슬프고 억울해서 밥도 못 먹고 어제는 침대에 누워 물만 겨우 마시고 하루 종일 아픔 속에서 신음하면서 주님 앞에 기도 했단다.


내 신세가 량 맞고 슬프다...


나 죽고 싶다. 어서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고 싶구나...


기도하는 중에 갑자기 네 생각이 나서 카톡 한다.


만나는 그날까지 너라도 건강으면...


모든 게 무섭지만 꾹 참고 견뎌 보겠다...


사랑하는 언니가 한국에서





난 위 내용의 카톡을 받고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고 10초 뒤엔 심장이 멎을 뻔했다.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시어머니가 그녀의 친여동생에게 보낼 카톡을 실수로 나에게 보낸 것이었다.


이 얼마나 영화 같은 상황인가... 내용을 수 회 읽었어도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특히, 내 눈에 들어오는 문구는 오직


'아들과 며느리는 나한테 500만 원 주면서 날 내쫓으려고 한다.'


라는 부분이었다. 이 카톡을 미국에 계신 시이모님께 보내려고 했던 것이었다. 다행히 실수로 나에게 보내진 것 같은데 난 정신을 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500만 원은 무슨 얘기고, 내쫓으려 한다는 건 더더욱 어디서 연유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시부모를 10년을 모시고 살았던  난 갑자기 '세상 악독한 후레자식 패륜아' 되어 있더란 말이다.



 암투병하는 친정어머니보다 더 시모의 심정을 헤아리려 했고 용돈의 경우도 단 돈 만원이라도 더 드렸다. 나중에 이상한 말 나오는 거 싫어서 언제라도 정정당당할 수 있도록 시모께 최선을 다했다. 거래처에서 상품권 같은 걸 선물로 받으면 아픈 친모를 드리고 싶었지만 무조건 시어머니께 드리며 일하는 날 이해해 주길 바랐다. 10년간 휴가 때도 피곤해서 애들만 데리고 근교에 다녀고 싶었지만 그래도 남편의 친모인데 그건 아닌지 싶어 좁은 차에 뒤엉켜 타더라도 꼭 모시고 다녔다. 시부모 고 우리끼리 근사한 여행을 간 적이 없다. 이건 내가 효부라서 그런 게 아니고 내 아이들을 맡겨놓고 일을 했기 문에 근본적인 미안함이 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베이비시터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시모가 양육문제에서 아예 배제되는 건 아니었다. 남과 같이 살아야 하는 걸 시모가 감내해야 했기에 늘 죄송한 마음이 있었고 따뜻한 말은 못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깜냥 안에서 다 했다.  


일을 원 없이 하고 싶었고 경제적인 효율을 따져서 합가를 했던 게 오히려 궁핍을 자초한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 형편이 어려워지고 더 좁은 데로 이사 가야 하는 상황에서 라스베이거스를 간다고 하더니 이제는 당신의  친여동생에게 거짓 루머를 전해 우리 부부를 세상 사악한 불효자로 만들다니... 경제적으로 안 좋아져도 다시 일어설 신이 있었다. 그러나 가족 일원의 배신은 그냥 '배신'이지 회복이 안되고 극복이 안 되었다.



남편은 공황증세가 있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쓰러질 수도 있었지만 사안이 내가 감당할 만한 일이 아니어서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이 카톡 메시지를 그대로 남편에게 보여주었다


남편은 말없이 이 카톡을 보더니 하늘 한 번 보고  한숨을 푹푹 쉬더니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이제 가족으로서의 인연은 여기까지에요. 저도 엄마를 못 봅니다. 그리고 미국 갔다 와서는 피스텔이라도 알아보세요. 분가도 분가지만 앞으로 나에게 말도 걸지 말고 전화도 하지 마세요. 아버지 하고도 전화 안 합니다. 때가 오면 그때 아버지 통해서 연락드릴게요."


그리고 그날 집에 와서 그 카톡 메시지를 아버지에게도 보여드렸다. 시어머니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말없이 짐을 꾸려 어머니를 모시고 밖으로 나갔다.


" 오늘은 네 엄마 데리고 00역 모텔에서 잘게. 쉬어라."



그런데  갑자기 내 심장이, 가슴 쪽  모든 근육이 찢어지듯   프기 시작했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이전에 없던 증상이었다. 



'고부갈등으로 잘하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정신력이 강철이라고 자부했던 나도 '시'월드로 고통받다 아이들 크는 것도 못 보고 죽게 생길 수도 있구나. 21세기 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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