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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Mar 11. 2024

39화: 카톡 하나로 모든 게 끝남(1)

(38화에 이어서)



앞으로 이사 갈 집은 제대로 아보지도 못했는데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이 각자 아프다고  경쟁적으로 드러눕다시피 했다.  


아이들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시어머니가 옆에서 이삿직접 못 싸줘도 눈으로라도 아이들을 지켜보기만 해도 심적으로 위안이 될 터인데 어디를 가신다고 하시는지 기가 막혔다. 지금 인생을 체험 놀이나 장난으로 아시는 건가? 



이 와중에 라스베이거스로 요양하러 간다는 시어머니의 말에  대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아이들이 있어서 몸져눕지는 못 했지만 마음칼에 난도질을 당한 것처럼  라린 통증으로 아파왔다. 내가 아는 '가족'의 의미는 힘들  옆에서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것인데 기가 막히게 힘들 마다 도망가 눈에 보이지 않고  황이 정리되고 나아지면 다시 나타나는 시어머니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증오와  분노가 일었다. 남편의 친모만 니었다면 우리 둘  육탄전이라도 벌여 감옥에 가 있지 않았을까... 살의를 느낄 정도 무책임한 행동에 난  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아 진짜... 지금 미친 거 아니에요? 지금  집도 못 구했데 어디를 가신다고요? 라스베이거스요? 지금 장난하세요? 농담하냐고요? 어머니는 인생이 장난이냐고요?"



" 쟤, 쟤 말버릇 좀 봐라.. 이 고얀 것 같으니! 아니... 너 그게 무 말버릇이니?... 흑흑흑... 나도 가 싫다. 비행기 티켓을 보내왔는데 어쩌냐...?" 


화내다 울다... 변검 배우 뺨치는 어머니에게 익숙하다.


"디스크로 1시간도 제대로 못 앉아있는 분이 무슨 비행기를 14시간이나 타고 가요...?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어른이 돼가지고,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냐고요? "


난 악에   목이 부서져라 언성을 높였고 남편은 갑자기 등 뒤로 다내가 못 움직이게끔  양쪽 어깨를 붙잡았다.


"당신! 나 좀 봐! 따라와!!!"


"싫어! 당신 어머니나 데리고 가! 난 맞는 말만 하는데 왜 날 막아! 어머니를 데리고 나가라고! 정말 거지 같은, "



내가 시어머니에게 강하게 항의하자 남편이 내 손을 잡고 끌고 밖으로 나갔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작은  상가 건물 뒤쪽으로 날 끌고 갔데  그곳은 아주 외진 곳이었다, 평상시 그 길로  밤에 아예 안 다닐 정도로 으쓱하고 어두컴컴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렇게 무서운 길 아무렇지 않았다. 하나도 안 무서웠다. 집이 지옥인데 뭐 그까짓 더럽고 좁고 어두운 골목길이 뭐가 무서울까. 난 억울하고 분했다.  시아버지가 아이들을 돌봐 준다고 해서 선뜻 합가 제안을 기쁜 마음으로 승낙한 바보 같은 나 자신도 한심하기 짝이 없었고 현실감이 비정상적으로 떨어지는 시어머니나 옆에서 옛날 며느리 이야기만 읊어대는 시아버지, 효자 남편...


"아 OO , 가서 담배나 사와."


"담배 끊은 지가 언젠데 담배를 피워? 참아!"


"지금 참게 생겼어? 당신 어머니 정신병원 독방 가야 되는 거 아니? 지금 무 라스베이거스를 간다는 거야? 쫓. 겨. 나. 는. 마. 당. 에..."


남편은 알겠다며 편의점 쪽으로 뛰어갔다.


담배를 사 온 남편은 나에게 담배 한 가치를 건넸고 불을 붙여 주었다. 담배를  한 모금 피니 연기가  몸속으로 들어가 폐부를 찌르는 것 같았다. 속이 쓰려왔다.


"컥컥.. 아, 이것도 내 맘대로 안되네... 하..."


"나도 엄마가 이해 안 되네. 애도 아니고... 암튼 진정해. 내가 아버지랑 얘기 좀 해 볼게."


"아버지랑 얘기하면 뭐가 바꿔? 바뀌냐고?"


그날 결혼 후 두 번째로 소리 없이 울었다.


신혼여행 가서 바닷가를 바라보며 이렇게 좋은 배우자를 만나게 돼서 감사하다고 감동해서 운 게 첫 번째다.


 왜  인생은 뭔가 일이 잘 되려고 하면, 정상이 코 앞인데 , 중턱에서   이렇게 무너져야 하나? 집에서 아이들을 잘 돌봐주고 조금만 기다려 주면 힘을 내서 어찌어찌 헤쳐나가겠는데... 무엇보다 아이들이 걱정이었다.


나야 당장 어디 살든 관계가 없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이 한겨울에 먼 거리를 걸어 다녀야 할지도 모르니 그게 제일 무섭고 두려웠다. 어머니는 걸핏하면 쓰러지니 아버지가 어머니 근거리에서 지키고 있어야 하고 남편은 매장 일과 동시에 위급시에는 회사 관련해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았다. 난 12시간 매장에서 일을 해야 했다. 부모를 선택해 태어난 게 아닌 아이들한테 미안했다. 보금자리가 흔들거리니 엄마로서 깊은 죄책감이 밀려왔다. 이러려고 아이를 둘이나 낳은 게 아닌데...


그날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또 술을 마시고 취기에 기대어 잠을 청했겠지...




다음 날,


어제 일로 몸이 피곤했지만 그보다도 머리가 아팠다.

다. 머리 한쪽이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통증이 감지돼 약을 먹어야 될 것 같아서  다른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약국으로 가서 두통약을 사서 한 알 먹었다.



'아, 이게 무슨 일이야? 지긋지긋하다... 하, '


아무래도 차에서 조금 쉬었다 다시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주차해 놓은 차에 들어가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누웠다. 그런데 그때  바지 주머니 속 휴대폰에서 '카톡!' 소리가 들려왔다.

머리가 아파서 안 보고 그냥 잘까 하다가 손이 자동으로 휴대폰을 집어 올렸다.


'시어머니에게서 카톡이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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