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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Mar 04. 2024

37화: 며느리 vs 수녀님? (2)



(36화에 이어서)


" 뭐? 수녀?"


그 지인의 눈이 큰 편이 아닌데 막걸리 사발만큼 눈이 커졌다.


" 응... 내가... 갈... 길인 것 같아..."







병원 건물 옥상에서 아래를 려다 보았다. 수 백명의 군중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거나 뛰어가거나 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알까, 자신들이 종국에는 어디로 가는지? 그들은 알까... 자신들의 시작과 끝을. 이것은 마치 놀이터 흙더미에서 수많은 개미를 관찰했을 때의 느낌과 흡사했다. 난 그 놈들의 뒤를 따라가 보기도 했고 겁도 주고 그들이 가는 방향 앞에 돌덩이를 놓아 방해도 했었다. 개미들을 바라보는 나처럼... 누군가 우리 인간 군상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까...


회복 중인 엄마를 휠체어에 태워 산책 겸  모시고 왔다. 병원 옥상을 작은 정원처럼 꾸며 놓아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담소를 나누고 음료수도 마시고 할  수 있어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엄마... 나 수녀님이 되고 싶어!"


"... 뭐???"


" 수술 부위 터질 수 있으니 놀라지 말고 들어. 오랫동안 신중하게 생각했어. 난 더 이상 이 속세에 미련이 없어. 엄마, 결혼하고 자식 낳고 돈 벌고 살면 뭐 해? 결국 우리 다 죽는 걸. 허무해... 남은 인생은... 신이 있다면 그를 만나고 싶어. 그에게 다가가고 기도하고 영원에 대해 공부하면서 고아와 쌍한 사람들에게 헌신하면서 살고 싶어."


"... 얘, 차라리 비구니는 어떠니? 속세를 떠나려면 엄마 생각에는 스님이 되는 게..."


"엄마, 미안한데, 이건 마트에서 물건 고르는 게 아니야.  운명이고 숙명이야. 나 수녀회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어. 테레사 수녀님처럼 살다 평화롭게 웃으면서 죽고 싶어..."


"에휴... 너 생각 많이 한 것 같다. 반대 안 할게. 네가 어떤 길을 가든 난 네 엄마야... 지지한다! 이 놈의 자식아!"


"고마워."


이제야 모든 퍼즐을 맞춘 느낌이었다.



"이 길이 나의 길이었군그래.'



나는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성 ㅇㅇㅇ회 수녀회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용건을 바로 말했다.


" 안녕하세요. 제가 수녀가 되려고 합니다!!!"


"... 세례는 받으셨나요?"


"아직이요. 공부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전 자신 있거든요! 제가 또 집중력이 장난이 아닙니다. 금방 다 외워요, 뭐, 성경 구절 외우는 거잖아요? 그렇죠?"


"저기 죄송하지만 나이가...?"


"35세입니다!"


"저희  성 ㅇㅇㅇ 수녀회는 세례 받고 5년 지나야 지원할 수 있고요. 나이제한은 35세까지입니다. 즉 현재 35세시면 세례 받고 5년 지나야 하니 40세가 되시겠네요. 그럼 그때에 지원 불가입니다. 이 경란 님께서는 적어도 30세에 세례를 받으셨어야 했어요."


"저기요... 제가 신께 헌신하고 자아를 버리고 수녀원에 들어가겠다는데  회사도 아니고 '나이'가 중요합니까?"


"죄송합니다만, 규정상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드릴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입니다." 


"저기... 나이가... 무슨..."


"그럼 이만, 다른 문의 사항 있으면 또 연락 주세요."


"저기요... 저기!" 


"뚜, 뚜... 뚜"


"여보.. 엽... 때, 요? 아니, 여보세요?..."


"뚜... 뚜... 뚜..."



그때 수녀님 지원에서 불가 판정을 받고 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 속에 집에서 한 달을 칩거하며 밖에 나가지 못했다.


'그때 수녀님이 됐더라면  이런 호환마마 같은 며느리 타이틀은 구경도 못 했을 텐데...' 난 수녀님을 선택했지만 현실은 '며느리'가 되는 길로 가고 있었다.


35세, 난 속세 생활을 청산하려 했으나 한 달간의 은둔생활 끝에 타의에 의해 멈춰져야만, 혹은  어떤 거대한 물체에 부딪혀야만 멈출 수 있는 '욕망의 전차'를 타게 된다.




"아~놔~ 진짜! 헌신하며 살겠다는데...'나이 제한'이 웬 말이냐고요~! 무슨 수녀회가 왜 이렇게 꽉 혔냐고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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