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봄 Apr 08. 2024

47화: 며느리의 마지막 상담


당시 경제적 부담으담은 4회 정도로 마무리하려미리 계획했다. 그러나 상담을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정신적 문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2회 정도 추로 더 받기로 했고  규칙적으로 나의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 ''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열심히 진행다.


그런데 나의 목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어머니의 악행을 밝혀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악행에 대해 전문가의 재확인을 받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편 및 시댁 친척들과 내 주변 사람들이 시모를 단죄하고 나의 손을 들어주어 나의 수고와 노력에 대해 인정을 받는 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어? 저런 사악한 시모를 만나서 고생 많았어. 그 지옥에서 살아남았으니 너는 정말 대단하다! 고생했어! 시모는 지옥에 떨어져 그녀의 영혼이 영원토록 고통받을 거고 너는 앞으로의  삶이 편해질 것이고 네 영혼이 반드시 천국에 당도할 것이다.'라는 위로와 인정 말이다.


 심지어 시월드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당해서 그 결과 의사로부터 우울감과 불안도가 아주 높다는 진단을 받았다. 난 이 결에 대해  신적으로라도 보상을 받고  싶었다. 이상한 시모가 나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할 리는 없으므로 대리인 자격으로 남편과 시아버지의 사과라도 받아야 이 '화'가  풀릴 것 같은데 '근거' 좋아하는 그들에게  정신과 의사와  심리 상담사의 진단서와 소견서를 내밀어 '내가 이렇게 망가졌으니  그녀 가족의 일원으로서 진심으로  나에게 사과하라!'라고 외쳐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담는 날, 마음이 조급해진다.


선생님은 언제나 잔잔한 미소를 띠며 날 맞이해 다. 난 상담실에 들어가기 전에 나 자신에게 간절히 부탁한다.


'오늘 제대로 할 거지? 공짜 아냐. 돈 내고 상담받는 거니  진실만을 말해! 마음을 멋들어지게 꾸며내지 마! 그래야 상담치료가 빨리 끝날수  있어.'


이 분야에 있어서 난 그녀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내가 원하는 답을 해주지 않고 자꾸 '나'에 대해서만 상담이 진행되니 조금 지쳐가기 시작했.


"선생님, 제가 어렸을 때 결핍이 있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제 시모가 어떤 이상한 사람인지  도체 언제 알려주실 겁니까?" 


"경님께 시모가 이상한 면이 있 것 같다고 지난번에 제 소견을 말씀드렸어요."


"저기... 제 시어머니가 그러니까, 어떤 종류의 성격 장애인지 알고 싶어요. 제 생각에는 그냥 악마같거든요. 제 시어머니가 악마라고 종이에 써달라고요. 이 정도 상담이 진행되었으면 그 정도는 소견을 밝힐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제가 님의 시모를 직접적으로 만나본 적 없는데 함부로 그런 식으로 한 사람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는 없어요."


"선생님, 제가 그간의 일들에 대해 다 말씀드렸잖아요. 제 치부를 다 드러내야 이해하실 것 같아 제 과거도 다 말씀드렸잖아요? 뭐가 더 필요해요? "


"왜 그렇게 '시모는 악마다.'라고 확답받는 것에 대해 집착하세요?"


"그건 제가 시모 문에 큰 고통을 받았고 모든 게 망가졌고 실패했어요. 모든 게 그 사람 때문에요. 그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해요.  모든 사람들의 지탄을 받아야 해요. 그러니까 선생님! 제 시어머니에 대해 뭐라도 한 자 써주세요. 남편 시아버지도 시어머니에 대해 알아야 해요! 그녀 문에 우리 가족이 다  피 말라죽게 생겼어요. 급해요! 선생님! 선생님이 소견을 밝혀주시면 제가 그 소견서를 들고 편과 시부한 보여주고 빨리 시모로부터 달아나라고 할 거예요. 남은 가족들이라도 살려야 돼요. 시모는 지금도 뒤에서 계략을 짜서 우리를 죽이려고 하고 있어요. 악마라고요. 자, 그러니까  000은 악마입니다. 000 성격장애입니다.'고 한 마디만 종이에 써 주세요! 그녀는 악마라고요! 악마!"


"......"


"... 선생님? 말씀해 주세요!"


"...... 경란 씨. 아무래도 솔직하게 말씀드려야겠네요. 시어머니가 매일 아프다고 거짓말로 운다고 하셨죠? 보통의 며느리라면 처음에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정말 아프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여러 치료 방법을 강구했을 겁니다.  그런데 님은 보통 사람들보다 '불신'빨리 찾아와 초기에 무시하거나 방관자 입장으로 일관하셨어요.

 그리고 시모가 늘 거짓말로 언행일치가 안된다고 하셨어요. 보통의 며느리라면 '아, 시모가 거짓말로, 수다로 스트레스 푸는구나.'라고 노인에 대한 '이해'가 먼저였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님의 경우엔 뿌리 깊은 '피해 의식'이 신속하게 표출됐죠. 이해를 하기에 앞서 '내가 어떻게 살고 있데, 어떻게 살아왔는데 나를 괴롭히려고 하네? 내 앞길을 막으려고 하네?' 하며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하게 됩니다. 시모가 왕년에 잘 살  이야기만 병적으로 한다고 했죠? 보통의 며느리라면 '재수는 없지만 왜 과거에 집착할까?"하고 힘들면 거리를 두고 지냈을 거예요. 그런데 님은 '바보 같은 짓이고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단번에 일축해 버리죠. 두 분 사이의 관계에 진전이 생기지 않게 되죠.  님이 어려운 상황일  시모는 항상 도망갔다고 하셨죠? 네! 화가 거나 서운할 수 있어요. 여기서 님은 심하게 분노합니다. 보통의 며느리나 님이나 화가 날 수 있어요. 그런데 님의 경우엔 분노 버튼이 그들보다 빨리 작동되고 강도도 훨씬 세죠. 그 이유가 뭔지 아셔야 됩니다. 왜 다른 사람보다 분노가 강하게 표출되는가,에 대해서요"


"그럼 선생님은  고부 갈등에  있어서 저도 문제가 있었다는 말씀이세요?"


"... 미안합니다만, 님에게도 원인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양자의 잘잘못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이경란 씨도 이 관계에 있어서  자신에 대해 깊이 돌이켜봐야 한다는 겁니다."


"... 지금 제 자신을 돌이켜 보라고 하셨나요?"


"... 네... 힘들겠지만 생각해 보세요. 시어머니의 정신적인 문제가 심각할 거라고 저도 예측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님의 문제가 전혀 없다고 전 말할 수 없어요.  님께서  이 문제를 알기 위해  여기까지 직접 걸어오셨으니 충분히 해결 의지가 있다고 생각되며 ..."



이 끔찍한 고부 갈등에 내 문제도 있을 수 있다니...  단 한 번도 그런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시어머니는 아주 이상한 할머니고 난 피해 입은 며느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전적으로 해자가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나에 대해 돌이켜 생해 보라고 하다니? 나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난 심리 상담사로부터 받은 숙제를 잔뜩 안은 체 문 밖으로 나왔다. 그게 마지막 상담이었다.









남편이 말했다.


"남들은 주로 10대나 20대 때 사회적 부조리, 불합리 등에 대해 분노하고 표출하는데 당신은 보통사람들 보다 2~30년 정도 늦게 그 감정들이 나오는 것 같아. 지금이 사춘기인 것 같아. 어렸을 때 주로 혼자 지내서 소통의 부재로 그 시기에 맞는 적절한 감정의 표출 방식을 못 배운 것 같아. 인정해?"













--------------------------------------

마지막으로 드는 느낌만 간단히 밝히겠습니다.


"그동안 독자님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너무너무 행복했고 따뜻한 배려 가득한 댓글들에 감사했습니다."


'이상한 시어머니와 유난스러운 며느리 3'은 번외 편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