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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ena Jan 05. 2023

새로운 해, 새로운 나

2023년을 맞이하는 스웨덴 사람들의 새해 다짐

New year, new me. 많은 이들이 새해를 시작하며 다짐하는 말이다. 새해에는 좀더 부지런해져야지. 책을 좀더 읽고, 운동도 하고, 미뤄두었던 외국어 공부도 하고, 술은 줄이고… 


***


세계 여러 나라에 살면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나고 접했지만, 새해 다짐을 대하는 태도는 어디든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새해 초에 헬스장이 붐비다 한두 주가 지나면 시들해지는 것도, 연말연시 모임에서 새해 다짐 목록을 교환하다가 1월 중순쯤이 되면 그에 관한 얘기가 쏙 들어가는 것도, 그 목록에 등장하는 내용들까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화권과 언어에 상관없이, 그리고 세대와 시대에 상관없이 모두가 보다 생산적이고 건강한 삶을 원한다. 그리고 새해 목표의 대부분은 이를 이루기 위한 생활 습관의 개선이다. 사소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시대에 따른 변화가 있다면, 10여년 전에는 그렇게 흔한 목표가 아니던 ‘소셜 미디어 덜 보기’, ‘스마트폰 덜 쓰기’ 정도가 있겠다. 


그렇다면 오늘을 사는 스웨덴 사람들은 어떨까. Nyårslöfte. 스웨덴어로 ‘새해 다짐’을 의미하는 단어다. 새 해를 의미하는 Ny + år에  다짐하다, 약속하다 등의 뜻을 가진 동사 lovar의 명사형인 löfte를 붙인 단어다. 한국어에서 주로 새해 ‘목표’를 쓰는 것과, 영어에서 New Year’s ‘Resolution’을 쓰는 것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결이 다른 느낌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극단적인 것을 싫어하고, 갈등을 싫어해서 최대한 중립적이고 간접적인 표현을 선호하는 편이다. 새해에 이루고자 하는 일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반드시 이뤄내야 할 목표라든가, 해결해야 할 문제나 결심보다는 약속, 혹은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 정도가 더 편하게 느껴지나보다. 


사용하는 단어의 느낌이 다르다고 해서 그 내용마저 아주 다르지는 않다. 스웨덴 사람들의 새해 목표 (혹은 다짐) 역시 여느 사람들과 별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문화적인 차이를 느끼게 될 때가 있다. 나를 포함해 많은 한국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를 읽고, 새해를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올해는 구글의 OKR 방식을 써봐야지, 만다라트를 작성해야지, 하면서 이뤄내야 할 계획과 목표를 짜는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면, 스웨덴 사람들은 주로 건강과 행복을 목표로 삼는다. 물론 스웨덴 사람들도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고자 노력한다. 북유럽 사람들이 야망이 없기로 유명하다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마냥 게으르게 아무 목표나 비전이 없이 사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학업적인 성취든, 커리어의 발전이나 일상에서의 자기 계발 등 자기가 속한 상황에서 성실하게 발전을 꾀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삶을 대하는 태도와 목표를 대하는 방식에 있어 한국 사람들과의 차이를 느낄 때가 많다. 한국인들에게 있어 이상적인 목표가 달성하기 어렵지만 성취감을 주고, 커리어나 재정 등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효용이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있다면,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그런 ‘독기’가 느껴지지 않는달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많은 이들의 새해 목표가 보다 건강하게 살기, 이를 위해 운동을 주기적으로 하기, 건강식 요리하기, 또는 다양한 사회 모임에 참여하기, 음악 연주하기 등이 공통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목표였다. 핸드폰 덜 들여다보기같이 흔한 목표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조금 달라보였다. 많은 이들이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산책하기, 명상하기, 혹은 아이 또는 반려동물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나에게는 시간을 아껴서 다른 더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 이상적인 새해의 모습이었는데, 이들에게는 반드시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드물게 외국어 배우기나 업무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 습득하기 등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많은 이들이 이러한 ‘실질적인’ 목표와 새해 ‘다짐’을 별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주변 사람들만 그런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스웨덴어로 ‘새해 다짐’을 검색해보았더니 ‘운동, 건강’ 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자주 등장한다. 연관 검색어로는 헬스장, 홈트레이닝, 자연주의 요리법, 채식 등이 제시된다. 정량적이고 도전적인 목표보다는 템포를 늦추어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 보다 중요시된다는 인상을 받았다. 


***


한편, 흥미로운 점은 많은 한국 사람들이 새해 목표와 ‘새해 다짐 실패’를 함께 언급한다는 점이다. 작심삼일, 첫날부터 망했다, 등의 농담 섞인 자조적인 언급이 자주 보인다. 새해가 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이미 망했다며 다음주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이들도 많다. 내 경우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인데, 아마도 지나치게 야심찬 계획을 세우는 바람에 쉽사리 실패를 경험하게 되지 않나 싶다. 물론 머리로는 한정된 시간과 체력이라는 자원을 고려하여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지속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새해 계획을 세울 때가 되면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걸 어쩌나. 무리하면 달성 가능할 것 같은 목표를 세우는 것은 학창시절때부터 4당5락,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공부를 하면 꿈을 이룬다 같은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부치는 정신 상태를 이상적이라고 배워온 사람으로서 벗어나기 어려운 오래된 습관이다. 


하지만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삶의 터전을 옮겼으니, 오래된 건강하지 못한 습관에도 변화를 줘야 할 것 같다. 실천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며, 정신과 신체의 건강을 우선으로 하는 목표를 세우겠다면서 또 엑셀을 켜고 책을 펴서 가장 효율적인 목표 달성안을 짜는 스스로를 보며, 그 여유라는 걸 체득하는게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올해 최 우선순위의 목표는 ‘나와 타인에게’ 더 친절해지기다. 스웨덴어 공부나 프로그래밍 학습같이 실용적인 목표보다 위에 (나를 포함한) 인간에 대한 애정 실천하기를 두고 이 ‘약속’을 지켜나가기로 해본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다짐한 바를 이루어 더욱 평안하고 행복해지는 한 해가 되시길!  




(커버 이미지 출처: https://www.nytimes.com/2017/02/01/well/that-new-years-resolution-let-us-help-you-stick-with-i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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