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워싱, 잘 팔리는 거짓말이 업계를 망친다

AI시대, 우리 회사는 괜찮을까?

by 손동진

요즘 광고 시장 조사를 나가면 속이 뒤집힌다.

“LLM‑RAG 기반의 풀오토메이션 광고 솔루션!” 이런 문구를 내건 부스들이 줄을 선다.

슬로건은 멋지고, 디스플레이는 화려하다.

영상에는 그래프가 춤추고, 배너 문구는 마치 논문처럼 포장되어 있다.

그런데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룰 몇 줄에 GPT API 한 줄.

모델은 커녕 파라미터도 없다.

그런데 ‘AI 에이전트’라고 부르며 투자금을 끌어온다.


지난 3년간 힘겹게 광고 도메인 특화된 LLM을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 앞에서 이상하게 초라해진다.

이런 판에서 공들여 기술을 만든다는 게 의미가 있나 싶어지기도 한다.

VC 미팅은 더 노골적이다.

슬라이드를 몇 장 넘기자마자 이런 질문이 튀어나온다.

“요즘 마케팅에 AI 안 쓰는 곳 있어요? 다 비슷한거 아닌가?”

이럴 땐 진짜 숨이 턱 막힌다.

수십만 건의 키워드를 전처리하고, 지표 튀어나올 때마다 모델 튜닝하고,

그걸로 현업 지표를 줄인 노력이 ‘GPT API 한 줄’과 같다는 것이다.

마음 같아선 지금까지의 로그를 다 까서 보여주고 싶다. 하

결국 이 시장은, 겉만 보고 판단할 만큼 AI가 차고 넘친다.


그린 워싱에 이어 AI 워싱이란 용어가 유명해 졌다.

내용은 없는데 이름값은 있다. 기술은 없는데 마케팅은 넘친다.

90년대 말 닷컴버블 때도 그랬다. 닷컴만 붙이면 무조건 올라갔다.

지금은 ‘생성형’, ‘LLM’, ‘RAG’가 그 역할을 한다.

거품은 언젠가 터진다. 그리고 그게 실제로 벌어졌다.


‘BuilderAI’라는 회사가 있었다.

AI 시대의 선두주자처럼 보였고, 누구보다 잘 나갔다.

마이크로소프트까지 투자했으니 말 다 했다.

“코드 없이 AI 앱을 만든다”는 슬로건으로 시장을 흔들었고,

밸류는 14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교과서였던 그 회사가 지난달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모델은 없었고, 기술은 비어 있었으며, 실적은 부풀려져 있었다.

내부에선 고객 프로젝트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직원 수백 명이 해고됐다.

무책임한 AI 마케팅이 어떻게 끝나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그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투자자들은 AI 스타트업 전반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진짜 기술을 만든다고 말하는 팀조차 BuilderAI와 비교가 된다.

그게 제일 아프다.

어떤 누군가의 허세가, 진짜를 만드는 사람들의 입지를 흔든다.

“그거 진짜 AI 맞아?” "AI 서비스 그거 돈 되?”

이런 말이 공공연하게 들리는 순간, 업계는 신뢰를 잃는다.

그리고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돌아온다.


기술은 칼이다. 그 칼이 빛나려면, 손잡이가 단단해야 한다.

요즘 세상엔 칼집만 번쩍이는 흉기가 넘쳐난다.

그래서 나는 허세가 다가오면 한 발 물러선다. 그리고 코드로 답한다。

“AI라면, 보여 줘라. 모델, 데이터, 메트릭.”

그게 없으면, 그건 그냥 스펠링이다.

거품은 언젠간 꺼진다. 진짜는 남는다.

기록과 성과, 그리고 말 대신 증거를 든 사람들이 결국 살아남는다.

나는 오늘도 허세 대신 진짜를 준비한다.

그리고 그게, 내가 여기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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