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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데트 Apr 18. 2024

인기 그게 뭐라고

타인의식이 강한 사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신경 쓰이는 게 딱 한 가지 있었다.


바로,  교우관계



곰곰이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유년시절 나의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인 듯하다.

어릴 때부터 조용하고 내성적이었던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리 존재감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교육에 적극적이었던 엄마 덕분에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지만 매년 반이 바뀌는 건 나에게 큰 스트레스였다.




겨우 사귀었던 친구들과 헤어지고 또 다른 친구를 만들어야 했으니 말이다.

적어도 소풍 때 같이 도시락을 먹을 친구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그 한 명을 만드는 게 참으로 버거웠고,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늘 발버둥 쳤다.





성적 때문에 억지로 반장선거 후보에 오르면 늘 0표나 1표 클럽의 주인공이 되었다.

부끄럽지만 그 한 표를 던져준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러한 내성적인 성격과 달리 마음 한구석에는 주목받고 싶고 나서고 싶은 욕망들이 꿈틀대고 있었나 보다.



학교 대표로 장기자랑에 나가는 친구들이 너무나 부러웠고 그 억눌린 열정이 대학 입학 이후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무대에 대한 열망으로 4년 내내 동아리 활동에 목숨을 걸었으니 말이다.

 



이런 나에게 아이는 참 신기한 존재였다.

엄마, 아빠의 성격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붙임성과 능청스러움.

4세에 처음 어린이집에 갈 때부터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에게 없는 그 외향적 성격이 좋았다.




유치원에 가서도 아이는 특유의 붙임성으로 두루두루 친구들과 잘 지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친구 좋아하는 순둥이라서 그럴까?  때때로 성격이 센 친구들에게 치이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학교에 가면 괜찮겠지, 환경이 바뀌면 나아지겠지, 합기도로 신체단련을 하면 자신감이 생기겠지 하며 그냥저냥 넘긴 세월이 1년이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교우관계에 대한 찜찜함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아예 성격이 강한 드센 아이였으면 내 마음이 조금은 편했을까.

해가 바뀌고 학교에 입학하게 된 아이는  처음 사준 키즈폰으로 날이면 날마다 나에게 전화를 했다.


"00랑 00가 똥냄새난다고 오지 말라고 놀렸어."

“00가 또 등을 때렸어.”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나서야 어느 정도 친구관계가 정리되긴 하였지만, 초등학교 입학이 이렇게 스트레스받는 일인가 싶었다.

주위에 물어보니 함께 입학한 다른 아이들은 오히려 더 재미있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간혹 친구들과 같이 만나는 날이면 왜 그렇게 티격태격하는지…

사회성이 퇴보하는 중인가 하는 추측도 해 보았다.

마치 나의 양육이, 엄마로서의 내가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운 걸까?
한때는 성격 좋다고, 인싸라는 소리도 듣던 아이가 왜 저럴까



나는 어느새 다른 아이와 내 아이를 비교하고 있었다.

그것도 내가 갖지 못한 ‘인기’라는 부질없는 것 때문에 말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인기가 있거나 친구관계의 중심에 있던 적이 잘 없다. 있었다 하더라도 아주 잠깐 내가 리더로서 활동했던 순간들이다.

늘 조연 또는 주인공 친구 정도라고 해두자.

소아비만이었던 외모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만만하고 소심했으며 통통했던 아이.



이제 내가 부모의 입장이 되니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인다. 내 아이가 친구는 있는 건지,  친구들이 싫어하는 아이는 아닌지.

어쩌면 이 모든 생각들도 내가 타인의식이 강해서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인기가 무엇인가?



어떤 대상에 쏠리는 대중의 높은 관심이나 좋아하는 기운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한마디로 주체가 내가 아니다. 타인의 감정이고 시선이다.

내가 주체가 되어야 행복하다는 것을 수

없이 경험했기에 나는 이제 나에게 인기 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물론 배려, 예쁜 말들, 타인에 대한 관심 … 모두 사회생활을 하고 친구를 사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지만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당신은 인싸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런 부분들이 인기를 얻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니까.


그리고 생각해 보자. 당신의 주변에 인기가 많은 사람은 빠짐없이 다  훌륭한 사람이었는지.

존재감 없는 사람은 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인지.






이제는 남의 관심과 사랑에 연연하기보다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을 살아야 됨을 다짐을 해본다.

내면의 단단함은 자기 사랑으로 충만할 때 생기는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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