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사
푸딩, 너와의 사랑은 겨울 끄트머리 어느 밤
별을 세며 시작했다는 걸 아직 기억해.
네가 아는 난 파스타, 스파게티, 냉면 그리고 걷기와 독서를 좋아했고, 내가 아는 너는 제육볶음, 기계와 조립 그리고 … 또 뭘 좋아했을까?
우리는 서로를 위하려는 너무 큰 마음이 앞서, 둘 다 선호하지 않는 메뉴를 고르는 날이 더 많았지. 그러면서 아직 어렸지만 성숙한 연애를 흉내 내던,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가 점점 지쳐가는 사랑을 하였던가 봐.
날씨가 맑았던 여름날, 그래 아주 보통의 어느 날, 그 낮에 마지막이 된 이별을 하였던 너와 나. 그런데도 나는 이별인 줄 모르고, 내 마음은 너와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었어.
솔직히 나는 오랫동안 너를 완전히 놓지 못했던 거야.
나에게 네가 필요했던 이유가 뭘까 생각했어. 네가 우리 가족 틈에 있었던 지난날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우리 가족이, 아빠마저도 좋아했던 너였으니까. 어쩌면 그 빈자리를 덜 느낄 수 있게 너만큼은 남아있기를 바랐는지도. 그래서 나는 네게 기대어 울지는 않았던가 봐. 그렇게 나는, 너를 놓을 수 없었던가 봐.
너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나의 미숙한 일상과 가족의 이야기를 되뇌었지. 그러다 거기 깃들어 숨겨져 있던, 내 안에 있는 아빠를 찾았어. 내 마음속 우산이 되어주었던 아빠가… 안녕, 푸딩 너에게 시작한 이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 하면 좋을까 오래 고민했어. 너와의 이별 그 중심에는, 거기에 아빠의 빈자리가 있었으니까. 세상을 잃어버린 것처럼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되어 살아내는 동안 살아가기 위한 기억들이 떠오르더라. 문장에 담아 오래도록 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고 보니 가슴 깊이 품고 있던 별 하나가 반짝이고 있어. 그 반짝임이 봄처럼 피어나. 아빠는 나에게 세상 가장 귀한 걸 주셨다는 걸. 이쯤에서 1막을 내리려고 해. 그리고 나의 2막에서는 내 안에 숨어 있는 보물을 찾아 늘 새롭게, 그 새로움이 모여 생이 다하는 날까지 보물찾기를 할 거야.
솔직히, 가끔은 다 거짓말같이 마음이 내려앉기도 해. 십 년이 더 지났는데도 나는 여전히 스쳐가는 어떤 장면들에서 숨이 쉬어지지 않아. 눈물이 흐르지도 않는데 아빠가 그리워서 먹먹해져. 그렇지만,
멈추지 말고, 주저앉지 말고
다시 마음을 일으켜 세워보려고.
푸딩, 이제는 너를 보내줄게.
끝난 인연에게, 영원히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