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유지하기'는 앞으로의 삶을 위해 정한 모토다.
그동안 삶을 성장시키고, 보람을 얻었고, 다채로움의 원천이었던 것은
끊이지 않는 호기심이었다.
나는 호기심이 생기면 일단 '시작'하고 몸으로 체험하고 부딪히면서
경험을 즐긴다.
그래서 호기심에 시작한 일들이 동시에 다섯 가지가 넘을 때도 있다.
한옥에 호기심이 생겨 한옥학교에서 이론 배우기로 시작하여
실제 한옥을 지어보기까지 몰입한 2년여의 시간들.
그때 사용했던 수공구들은 창고에서 산소와의 화학작용에
굴복하여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때 배운 기술들은 서재를 마련하고 꾸밀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어려서는 별 관찰하기가 취미였다.
한여름밤 마당에 자리 펴고 누워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시간이 많았다.
어른이 되어 다시 호기심이 발동하여 시작한 천체망원경 들여다 보기.
이어서 파생되는 호기심에 천체물리학 서적 탐독하기.
역시 지금은 설치의 번거로움(?)을 핑계로, 알루미늄 케이스의 어둠
속에서 좀처럼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별을 찾고 있는 천체망원경.
IMF외환위기 때 젊은 나이게 강제 퇴직 당하는 선배들을 보며
위기감에서 시작한 공인회계사 자격시험.
직장인들 사에에 공인중개사 자격 취득 열풍의 대열에 동참하여
따게 된 공인중개사 자격증.
내친김에 6년여의 기간 동안 퇴근 후 분투했으나 몇 번의 2차 시험
문턱을 결국 넘지 못한 감정평가사.
신입사원 강의가 재미있고 적성에 맞음을 알고
교육학게 관심을 갖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대학교 평생교육학과에
편입하기.
재학 중 호기심에 두리번거리다 같은 대학에 한국어교육학과가 있음을
알고 평생교육학과 한국어교육학을 복수 전공하는 강행군.
국어교육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한국어교육이 있는 것은 그때 처음 알았다.
한 술 더 떠, 학사학위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대학원에서 한국어교육학
석사 논문까지 쓰기.
이 후로도 외국인노동자를 대상으로 한국어 강의를 하며 나름 보람의
시간과 경력을 가졌고,
앞으로 해외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교사로 활동해 볼 생각이다.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어느 방송국의 전국 노래 경연에 지역 대표로 참가.
이후 기타를 배워보겠다고 다니기 시작한 학원을 2개월 만에 때려(?) 치우기.
지금은 구석에 현이 늘어진 채로 세워져 있는 악기.
그 외에도 취득했거나 포기한 10여 개가 넘는 각 종 자격증이나
그 외 여러 가지 모두 열거하기 어려운 수많은 '호기심'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의학적으로는 새로운 일을 추구할 때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추구하면서 뇌를 자극하고,
이에 다시 도파민이 분비되고,
또다시 동기부여가 되는 선순환의 고리에는 도파민이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마음에만 담아두지 않고 '시작'해 보는 것이다.
보통 '한 번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어'라고 생각만 하고 시작을 주저하며
시간만 보내는 경우를 많이 본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해 보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으면 계속하면 된다.
설령 흥미를 잃어 중도에 포기하더라도 뭐가 대수인가.
생각만 하다 시작도 못한 사람이 얻을 수 없는 '경험'이라는
중요한 자산이 남는다.
오랜 직장생활을 해 오며 앞으로의 삶과 생활의 활력소를 생각하던 중
나를 성장하게 하고 유지한 원동력이 '호기심'이란 것을 새삼 깨닫는다.
앞으로의 삶에서 '호기심'을 단단히 유지하기로 결심한다.
참, 그래서 수많은 호기심에 시작한 일들 중에서 나의 마음에 드는 일을
찾았느냐고 묻는다면,
아직도 호기심의 우주에서 호기심을 지속하며 다채롭고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고 답하고 싶다.
<사진:박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