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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련한 우리들 같은, 상사화相思花

by 책공장

가련한 우리들 같은, 상사화相思花


올 봄 마당에 또 초록잎이 흐르러지게 올라왔다.

작년에도 이랬다.

어디선가 날아온 모양인데 엄마도 모르겠단다.

나에겐 스마트렌즈가 있지.



상사화相思花

봄에 잎이 피었다가 흔적없이 사라지고 여름이 되면 꽃이 피어난다.

잎과 꽃이 서로 보지 못하고 그리워만한다는 의미의 이름.

뭐 이렇게 가련한 꽃이름이 있담.



스마트렌즈가 틀릴 수도 있으니 지켜보기로 했다.

4월부터 점점 풍성해지던 잎은 차차 말라 죽었고

그 위로 꽃이 피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장마가 그치고 더위가 시작되자 그 자리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수선과의 화려한 꽃.

잎은 꽃을 보지 못했고 꽃도 잎을 보지 못했다.



이름을 알고 나니 슬프다.

떠난 아이들이 생각났다.

남은 우리는 아이들을 생각하고

떠난 아이들은 우리를 생각하고

만날 수 없는.

가련한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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