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가이즈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햄버거를 먹고 있는 사람의 입과 손, 햄버거만이 나와있다. 만약 이 부채에서 사람의 눈코입이 모두 보인 채 그저 햄버거를 행복하게 먹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면 이 부채가 이렇게 재밌다고 느껴졌을까? 손에 들고 있고, 크기가 크지 않다는 부채의 특성에 맞게 디자인적인 요소를 활용해 사람들에게 사소하지만 꽤나 흥미로운 챌린지를 만들어 준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과 외국계 기업에 관심이 있는 나로써는 꼭 가야된다고 생각이 들어서 군대 상병 휴가 때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단연 '파이브가이즈'였다
그래서 휴가 때 우리나라에 처음 생긴 파이브가이즈 강남에 갔다.. 첫 인상은 열정적으로 군인 신분이었던 나를 맞이해 주는 붉은색의 인테리어, 무심하게 반겨주는 땅콩 상자, 해외에서 한국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편안함과 반가움을 선사해 주는 강원도 평창 감자 포대... 투박하면서도 강렬한 포인트들 덕에 일주일이 지난 파이브가이즈의 직원이 된 오늘의 시점에서도 뭐 하나 흐릿한 기억이 없다. 어쩌다 봤던 육식맨 영상에서 파이브 가이즈 주문 방법을 소개해줬던 게 기억이 나서, 주문하는 줄을 서며 육식맨 영상으로 주문 방법을 공부했다. 나는 처음 방문한 그 날 베이컨치즈버거에 채소를 제외한 모든 토핑과 소스를 추가했고 솔티드 카라멜 쉐이크를 주문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먹을 기본 감자튀김도 주문하여 먹었다.
버거의 크기는 정말 컸다. 파이브가이즈는 패티 2장이 기본이라 내가 함박스테이크를 먹는 건지, 햄버거를 먹는 건지 구별도 안 정도였다. 햄버거의 핵심은 빵이라고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고기가 너무나 인상적이었고 그 덕에 정말 맛있게 먹은 기억 밖에 없다. 양손으로 들고, 입가에는 다 묻히며 말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이 짜지도 않았다..
음식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프라이(감자튀김)였다. 맥도날드 감자튀김 느낌의 모양인데 훨씬 더 감자의 함유량이 많은 듯한 식감과 맛이었다. 파이브가이즈는 항상 현지의 감자로 프라이를 만들고 매장에 원산지를 적어두는데 <강원도 평창>이라고 적혀있어서 신토불이의 느낌과 트렌디한 외국 문화의 콜라보레이션의 느낌 까지 받았다. '평창 감자, 최고!'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땅콩기름에 튀겨서인지 고소한 풍미도 있어서 더 잘 어울리는 게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웨이팅만 아니면 감자튀김만 먹으러 올 것 같다. 리틀/레귤러/라지 사이즈 중 라지을 먹었는데 양이 많으면 퀄리티 저하를 생각했는데 파이브가이즈는 미국 3대 버거 브랜드이니만큼 맛과 퀄리티 둘 다 잡아서 만족스러웠다. 솔티드카라멜과 오레오를 추가한 쉐이크는 단짠단짠의 완벽한 조합이었다.
물론 음식도 맛있었지만 내게 크게 와닿았던 것은 "직원들의 열정과 사명감"이었다. 개인적으로 일을 잘하지만 그 일에 진심이 아니면 그 사람은 일을 잘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파이브가이즈에서 오더를 기다리며 보는 주방의 모습은 '순수한 열정' 그 자체를 보는 것 같았다. 사람이 무언가를 향해 순수한 열정을 가진다는 건 그 사람뿐만 아니라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까지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음악이나 스포츠가 있는 사람은 여가 시간을 본인이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들로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로맨스 영화를 볼 때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느끼는 이유도 바로 그 순수한 열정이 주는 행복 때문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에 비유해보겠다. 최근에 아시안컵이 끝났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4강전 요르단에 패하면서 준결승 진출로 대회를 마감해야 했다. 해외에선 중계가 되지 않아 모든 경기를 라이브로 보지는 못했지만, 실시간 유튜브 리뷰 영상과 인스타 반응들로 사람들이 얼마나 큰 관심과 응원을 보내는지 알 수 있었다. 대회를 마친 손흥민 선수는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곧바로 영국행 비행기를 탔다. 안타깝게도 대표팀에서의 모습은 일을 하느라 결승전 당일에 보지 못했지만, 소속팀으로 돌아온 그가 경기 시작 전과 경기 중에 교체로 투입이 되면서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는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이미 아시안컵 경기들에서는 그가 경기 내용과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그런 장면들이 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다. 하지만 우리가 손흥민 선수를 보면서 더 대단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축구를 향한 그의 순수한 열정 때문인 것 같다.
파이브가이즈와 손흥민 선수와의 공통점이 있다. 토트넘 경기를 보러 갈 때면 지하철 안에서 벌써 유니폼을 입고 들뜬 표정으로 경기장을 향하는 팬들을 볼 수 있다. 더 신기한 건 팬들의 연령층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 토트넘 유니폼이나 스카프, 비니를 몸에 걸치고 응원을 하러 간다. 특히나 가족들끼리 오는 모습을 보면 정말 즐거워 보인다. 모두 팀과 선수들을 응원하는 순수한 열정이다. 남녀노소, 국적, 인종, 나이 상관없이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햄버거를 먹겠다는 그 일념 하나로 웨이팅을 하면서 설렘을 느끼고 이를 보답하기 위해 매니저, 스탭,크루를 포함한 직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항상 최선을 다하며 최상의 퀄리티를 가진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파이브가이즈도 마찬가지여서 두 분야가 공통점이 있다고 느꼈다. 선수들은 경기장 안에서 본인들이 사랑하는 축구를 위해 몸을 움직이고 목소리를 높이고 공을 찬다. 현장에서 경기를 보면서 실제 선수들의 모습 속에서 그 열정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직접 방문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선수를 직원으로 치환해보면 분위기는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이 열정에 매료되어 내가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파이브가이즈 스탭으로 지원해서 무려 8개월동안이나 퇴사하지 않고 다녔던 이유이다 (6월 30일 퇴사) 또한 내가 순수한 열정을 가질 수 있는 것들을 접하게 해 준 부모님과 지나온 환경들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 글을 빌려서 파이브가이즈에서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기회를 주시고 조언을 해주셨던 과장님 대리님 점장님 매니저님들을 비롯한 스탭 형 누나들 크루 형 누나들께 감사드린다. 항상 부족해서 피해만 주지만 노력해서 극복하겠다고 다짐 했지만 지켰는지는 잘모르겠다 ㅎㅎ... 앞으로도 파이브가이즈에서 일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학교를 포함한 내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것들에 순수한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