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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량과장 Jun 01. 2023

덜어낼수록 채워지는 글의 퀄리티

글을 쓰는 과정은 덜어내는 과정과 같다. 퇴고를 거듭할수록 글의 질은 개선된다. 보도자료나 블로그 글, 인스타그램 문구 등을 컨펌하다 보면 핵심에서 벗어난 내용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이 있다. '다시 읽어보고 수정해서 전달해 주세요'다. 퇴고 후 다시 전달해 달라는 의미다.


퇴고는 어려운 작업이다. 오탈자에서부터 비문, 띄어쓰기, 문맥에 이르기까지 퇴고 과정에서 신경을 써야 할 부분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렇다 할지라도, 쓸만한 글을 완성하고 싶다면 퇴고를 거쳐야만 한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공식이 글쓰기에서만은 예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퇴고,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aboodi vesakaran, Unsplash


퇴고의 첫 단계는 ‘소리 내서 읽어보기‘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리 내서 읽어보는 과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글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는 낭독만 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글을 쭉쭉 읽어 내려가다 보면 거슬리는 구간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구간들에 대한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좋은 글이 탄생할 수 없다.



문제 파악이 어렵다면?


©Diana Polekhina, Unsplash


이따금 거슬리는 구간은 발견했는데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때는 불편함의 원인이 단어에 있는지, 문장에 있는지, 문단에 있는지 진단해보아야 한다.


사실 단어와 문장의 오류는 맞춤법 검사기를 통해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어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문단에서 어색함이 느껴지는 경우다. 문단의 오류는 논리적 결함에서 비롯되고 이러한 결함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어디서 오프토픽(Off topic)이 발생한 것인지 낱낱이 파헤쳐보아야 한다.



수정, 어떻게 해야 할까?

©dlxmedia.hu, Unsplash


작일 진행했던 퇴고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예시로 든 초안은 사내 주니어가 작성한 글로 광고주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업로드될 예정이었다.


퇴고 전:

7대째 내려오는 도멘 트라페 뻬흐 에 피스(Domaine Trapet Père et Fils)는 처음 시작부터 명성을 날렸으며, 가장 훌륭한 3개의 그랑 크뤼 밭을 소유하며 즈브레 샹베르땡 마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생산자입니다.


문제 진단:

첫 문장을 보자마자 불편함을 느꼈다. 필자가 불편함을 느낀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늘어지는 문장

2) 번역체

3) 과도한 정보


이 문단에서 도멘 프라페 뻬흐 에 피스에 대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1) 유서 깊은 역사 2) 훌륭한 밭

3) 뛰어난 와이너리 정도인데, 모든 정보를 욱여넣으려다 보니 위의 결과물이 나오게 된 것이다.


퇴고 후:

도멘 트라페 뻬흐 에 피스(Domaine Trapet Père et Fils)는 유서 깊은 와이너리입니다. 도멘은 즈브레 샹베르땡 마을에서 가장 훌륭한 그랑크뤼 밭을 3개나 소유하여 지역 내 최고의 와이너리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위 초안을 퇴고할 때 주의를 기울였던 부분은 핵심 정보와 관련 없는 내용을 과감히 삭제하고 번역체 문장을 수정해 글을 단순화하는 것이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였다.


©Ujesh Krishnan, Unsplash


직장동료들이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물을 때면 늘 퇴고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글쓰기의 8할은 퇴고라고 생각해서다. 퇴고를 거친 글과 거치지 않은 글은 디테일에 있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적당히 하고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들면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자. 군더더기를 덜어낼수록 퀄리티는 채워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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