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부의 시작
산후다이어트를 하면서 알게 된 다이어트과학자라는 최겸님의 컨텐츠를 정주행했다.
김주환 교수님이나 환자혁명의 저자인 조한경 원장님과 같은 전문가와의 인터뷰도 있었지만,
겸님의 컨텐츠를 통해 건강을 회복한 분들과의 인터뷰도 있었다.
그리고 애리님의 집밥 컨텐츠들도.. 그냥 집밥을 먹으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컨텐츠였다.
애리님도 겸님의 영상을 통해 건강을 회복한 분이었다.
인터뷰에 반복되어 나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내 마음에 비수처럼 꽂혔다.
"병원에서는 안된다고, 모르겠다고, 약만 처방해주고, 낫지를 않았다."
어떤 사연은 내가 과거에 봤던 것 같은 환자들도 있었다.
설탕과 밀가루만 끊어도 피부가 좋아졌다고?
혼란스러웠고, 당황스러웠지만, 희망이 보였다.
그래, 내가 도움을 줄 수 없던 많은 환자들이, 먹는 걸 바꾸는 걸로 좋아질 수 있다는 거 아닐까?
그런데, 이 많은 사람들은 이 사람(최겸님)을 뭘 믿고 그렇게 따라했을까?
어떤 점이 사람들을 설득했을까?
인터뷰를 보면서 느낀 점, 이 사람은 사람을 대할 때 진심이구나.
진심이 느껴지는구나. 물론,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은 맞지만, 모두가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타인에게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 그 진심, 진정성을 느낀게 아닐까. 나도 그랬으니까.
나는 그동안 진료실에서 이 사람만큼, 환자에게 진심이었을까?
그러려고 노력했지만, 항상 그랬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 새로운 걸 공부하면 되겠구나.
그렇게 타고타고 파다파다 보니 기능의학이란 것을 만나게 되었다.
2005년에 의대에 입학해서 2023년까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다. 기능의학.
Functional medicine.
현대의학이 장기 혹은 기관 혹은 시스템별로 나뉘어 질병으로 접근을 한다면,
세포 수준에서 접근하는 의학이랄까.
질병 진단 (장기가 망가진 상태, 예를 들면 치매) 후 약이나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이 생기기 전에 (기능이 떨어진 상태, 예를 들면 어지럼증, 건망증) 예방적 접근을 하는 것이다.
물론 질병이 있은 뒤에 현대의학과 기능의학적 치료를 같이 병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설명을 해보자면 어지러운 환자가 왔다.
현대의학은 이렇게 접근한다.
1. 전정신경계의 문제인가 내과적인 문제인가 자율신경계의 문제인가
2. 전정신경계라면 이석증과 같은 말초성 신경의 문제인가 소뇌처럼 중추성 뇌병변의 문제인가
3. 내과적이라면 갑상선 기능이나 심장문제, 빈혈 등등 다양한 원인이 가능하다.
4. 자율신경계 문제인지 보려면 검사를 해보는데, 보통 심각한 자율신경계 기능이 있다면 드문 유발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 보통 여기까지의 검사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어지러운 환자가 정말 많다. 왜냐, 신경이나 뇌나, 심장이나 이런 장기들이 망가져서 어지러운 경우보다는 그냥 기능들이 떨어진 상태가 많기 때문이다. 기능이 떨어졌다? 이걸 어떻게 아냐? 모른다. 검사가 다 정상이니 그렇다고 생각한다.
기능의학은 이렇게 접근한다.
자, 세포의 기능이 떨어졌구나. 뇌세포든, 말초신경이든, 자율신경이든, 심장기능이든..
그럼 세포가 건강할 환경인가?
어떻게 먹나? 잠은 잘 자나? 장은 건강한가? 스트레스는 없는가? 호르몬들은 균형잡혀 있는가? 해독기능은 잘 돌아가고 있는가? 미토콘드리아 공장도 잘 돌아가고 있는가? 에너지 생성에 문제가 없나? ..
이런걸 따져보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아, 내가 기능의학을 만나려고 신경과를 했었나?
이거네, 기능의학회에 가입하고 연수강좌를 듣고, 교과서를 읽고, 혼자서 정리하고.
이론적으로는 알겠는데 어떻게 실전에서 써먹는지, 너무 양이 방대하다.
웰케어클리닉의 김경철 원장님이 진행하시는 입문 강의를 신청해서 들었다.
그렇게 한단계, 한단계 준비하고 기능의학 진료를 적용했다.
짠하고 드라마틱하게 환자를 좋아지게 하는 명의가 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최소한 내가 오늘 내 할일을 다 했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예전에는 타병원에서 검사 다 하고 문제 없는데 증상이 있어 오는 환자가 싫었다면,
아, 이런 분일수록 내가 더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내가 진료실에서 보내는 하루의 퀄리티가 높아졌다.
(그리고 현대의학의 검사를 다 해본 분이라야 기능의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일부 환자는 나를 통해 증상이 개선되기도 했는데, 그런 경험이 늘어갈수록 의사로서 보람을 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2024년은 내가 정말 잊지 못할 한해가 되었다.
다이어트로 시작한 내 경험이, 기능의학으로 연결되다니.
마치 온 우주가 나를 도와주는 느낌이라면, 이런 느낌일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