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잘 보낸다는 의미

by Dr 정하늘의 Mecovery

자기를 사랑하라는데, 자기를 수용하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하루를 잘 보내는 것, 지금 여기 존재하는 것, 현존.

아니, 이것도 너무 어렵다.

하루를 잘 보낸다는 것은 어떤걸까?

그 기준은 각자마다 다를 것이다.


그런데 어떤게 잘 보낸 건지, 못보낸 건지를 모르는 게 문제다.

그럴 때는 하루를 써보면 안다.

나의 하루를 보낸 뒤의 느낌.

이 정도면, 잘 보냈나? 일기를 쓰는 이유다.

아쉬운 날은, 왜 아쉬웠는지 이유를 찾아본다.


내 몸이 별로였는지,

내 감정이 별로였는지,

내 생각이 별로였는지,

반성을 하거나 누구탓을 하지는 않는다.

그냥 그러다 보니 그렇게 된거니까.

예전같으면, 일기의 마지막은 "다짐한다."라는 비장한 어조의 마무리였는데,

그냥 내 몸과 생각, 감정만 따라가봤다.




아, 나는 하루에 단 하나만이라도 새로운 걸 발견하면 그날은 잘 보낸 기분이구나.

그것은 어떤 영상이나 책에서 인사이트를 얻은 것일수도,

진료 도중 만난 환자로부터 얻는 깨달음일수도,

그냥 끄적이다가 나에 대해 발견한 것일수도,

의미와 맥락. 이런걸 발견할 때 기분이 좋구나.


근데, 그러려면 내 컨디션이 좋아야 하는구나.

컨디션이 안좋으면, 세상을 보는 안경이 뾰족해지는게 느껴진다.

뾰족해지면, 결국 화살이 나한테 돌아온다.

여유가 없으면 의미와 맥락을 발견하기 어렵다.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전두엽을 못쓰니까 그럴테다.




어느 날은, 아, 왜 이렇게 나는 감각이 없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와 맥락이 없으면 이해를 못한달까.

미술관에 가서도 도슨트가 없으면 금방 나오게 된달까.

생각 그만하고,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전시나 가보자.

머리 대신 감각만 써보자.

아, 나는 분홍색 좋아하네? 날카로운 그림체보다는 흐릿한 그림체가 더 따뜻하네.

동그라미를 네모보다 좋아하네? 뭐 이런 단순한 것들이었지만,

그날이 참 기억에 남는다.


이런게 하루를 잘 보내는 것 아닐까.

하루에 1시간, 아니 30분만이라도 오롯이 나만 생각하는 시간.

어쩌면 그동안 이런 시간이 없어서, 힘들었던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생각보다 쉬운거였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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