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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봄 Jul 22. 2022

외모 대화 - 팻 토크

외모 오지랖에 대처하는 방법


대한민국 사람들은 일상생활 어디서나 외모를 소재로 대화를 나눈다. 친한 친구들끼리,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혹은 직위가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간에 심지어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외모를 주제로 이야기를 한다. 첫 만남 등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외모 언급은 대개 상대방의 기분과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함이다. 덕담 식으로 오가는 “정말 미인이시네요” 혹은 “피부가 정말 좋으시네요” 등의 칭찬은 빈말이든 진심이든 들었을 때 당장은 기분이 좋다. 얼핏 생각하기에 외모 칭찬은 자존감을 높여주는, 사회적으로 건강한 대화로 여긴다.


하지만 외모 칭찬의 영향은 예상외로 복합적일지도 모른다. 젠더 심리학 전문가 러네이 엥겔른은 외모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칭찬은 기본적으로 어떤 행위를 격려하고 강화한다. 이론적으로 외모 칭찬은 상대방이 외모에 대해 더 많이 신경 쓰고 관리하게끔 한다.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지만 외모에 대한 언급은 ‘사람들이 나의 외모에 관심이 많구나’, ‘이런 외모와 체형을 유지해야 칭찬을 듣는구나’, ‘다른 사람들이 나의 얼굴과 몸을 지켜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집착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비록 좋은 의도라도 외모 칭찬을 할 때는 여러 요인을 고려해서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칭찬이 외모 자존감에 도움이 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관계의 깊이와 상황, 상대방의 성향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한 연인이나 부부가 애정을 담아 건네는 외모 칭찬과 직장 동료의 외모 칭찬은 엇비슷한 내용이라도 외모 자존감에 주는 영향이 질적으로 다를 것이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여자 주인공들은 종종 팻 토크를 한다. ‘허리에 살이 붙은 것 같다’, ‘다이어트 약을 먹어야겠다’ 등의 말로 외모에 불만을 표시한다. 한 연구에서는 96.9퍼센트의 여성들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팻 토크에 참여한다는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팻 토크 중 일부는 본인의 외모가 아름답다는 데에 확신을 달라는 이른바 ‘답정너’ 부류이다. 마치 백설공주의 왕비처럼 주변 사람들을 외모 자존감을 달래주는 거울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들의 불안감은 거울이나 반사 표면을 이용해 외모를 점검하는 횟수가 남들보다 높다는 점에도 반영된다.


누군가 한 사람이 팻 토크를 하면 주변 사람들은 은근히 부담을 느낀다. 스트레스가 전파되기 때문이다. 외모에 대해 얘기를 하면 그 자리의 다른 사람들도 외모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을 위로해줘야 한다는 책임감과 외모 콤플렉스를 털어놓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은연중에 발언자가 가진 외모에 대한 가혹한 잣대를 내재화할 위험도 있고, 만약 팻 토크를 하는 사람이 나보다 매력적이라면 열등감에 빠질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팻 토크가 외모 자존감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이 몇몇 연구에서 확인되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팻 토크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외모 자존감을 갉아 먹히고 있다는 점이다.



외모에 대한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


외모 칭찬이나 팻 토크와 달리 상대방의 외모를 직접적으로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외모 지적은 아래와 같이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돼지야”, “난쟁이야”, “오크야” 등의 놀림으로 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외모에 대한 생각과 내적 평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감정지능이 높은 사람이라면 생각과 말을 구분하지만, 아직 뇌가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외모 자존감이 많이 낮은 사람들은 폄하 발언을 들었을 때 ‘상대방이 잘못한 거야’라기보다는 ‘내 외모가 부족하니까’라고 자책할 수 있다. 상대방의 잘못이 명백한 상황조차 자신의 탓으로 여기는 건 외모 자존감 치유에 방해가 된다. 외모 비하는 상대방의 잘못이니 그렇게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두 번째 유형은 “너는 피부 관리 좀 해야겠다”, ‘’살 좀 빼야겠다, 여자애가 그게 뭐니”, “남자애가 왜 이렇게 비실비실해” 등의 비판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외모 놀림이 빈번한 건 아직 성숙하지 못한 전두엽 때문이다. 이러한 무분별한 외모 놀림은 나이가 들면 대부분 사라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외모 비평만큼은 나이가 들어도 가족, 친척, 친구, 동료 등 여러 사람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다.


세 번째 유형은 “너는 눈만 성형하면 정말 예쁠 것 같아”, “코만 높이면 딱일 것 같은데” 등의 은근한 지적으로 성인들 사이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얼핏 선의의 조언처럼 들리고 발언자도 나쁜 의도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썩 안 좋을 수 있는데, 이는 발언자와의 관계 및 당사자의 성향에 달려 있다. 만약 외모에 대한 언급이 많이 불편하다면 다음 방법을 고려해 보기 바란다. 외모 오지랖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외모 오지랖에 대처하는

5가지 방법


피하기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롤러코스터 타는 것을 두려워한다. 해결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은 놀이기구를 타지 않는 것이다. 놀이기구를 타지 않아도 일상에 별다른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주변에 외모 자존감을 좀먹는 사람들이 있다면 일차적으로 거리두기를 고려해볼 수 있다.


흘려듣기

단절해도 괜찮은 사이가 있듯이 그렇지 못한 관계도 더러 있게 마련이다. 예컨대 학교에서 외모 놀림을 당한고 전공을 바꿀 수 없고, 직장 상사가 외모 지적을 한다고 부서를 옮기거나 이직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외모 지적을 듣는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적당히 흘려듣는 게 최선이다. 하나하나 신경 써서 듣다가는  그 누구라도 외모 자존감이 금세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 방법 1 상대방이 말할 때 어깨 너머로 벽, 그림, 창밖을 집중해서 쳐다보기

● 방법 2 속으로 1부터 100까지 숫자 세어보기, 구구단 외우기


상대방의 생각과 사실을 분리하기

외모 지적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다 보면 나중에는 실제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생각이 반드시 실체적 사실과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상대방의 생각과 사실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 예시 )

“◯◯씨는 피부가 좋지 않네요.”

→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사람은 내 피부가 별로라고 생각하는구나.”


충동 조절하기

외모 자존감이 낮을수록 외모 지적을 힘겨워한다. 외모 비판을 들으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처럼 감정이 벌겋게 달아올랐을 때는 일단 진정하고 봐야 한다. 화가 난 마음을 견디지 못하고 반격하거나 분한 티를 내면 불이익을 당하는 건 오히려 자신이기 때문이다.

달아오른 감정을 식히기 위해서는 강렬한 방법이 필요하다. 신경생물학적으로는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예컨대 찬물로 세수하여 얼굴 피부에 자극을 주면 혈관을 수축시켜 머릿속 열기를 중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를 위로하기

학교나 직장에서 외모 자존감에 상처 입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무척 서글프다. 아무리 방어 기술을 써도 주먹이 여러 번 날아왔거나 강펀치를 맞았으면 체력이 바닥났을지도 모른다. 이런 날에는 ‘친구나 연인이 나를 위로해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없다면 내가 나에게 위로를 해주면 된다. 예컨대, 평소와 달리 작은 선물을 사거나 영화를 보러가는 등 붕괴된 멘탈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으로 보듬어주자.



외모 자존감 수업 _ 부운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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