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입원했다(2)
3박 4일간의 입원, 그리고 퇴원
다행히 병원에서의 생활은 길지 않았다. 3박 4일간의 입원 기간 동안 아이는 생각보다 잘 견뎠고 빠른 속도로 힘을 차렸다. 온종일 수액을 맞고 하루에 세네 번 호흡기 치료가 이어지자 이틀째부턴 숨소리가 잔잔해졌다. 컥컥 내뱉는 기침 소리도 잦아들었다. 입원 첫날, 스테로이드 치료 후에도 호전이 없다며 생각보다 상태가 심한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별 생각을 다했던 터라 아이의 빠른 회복이 그저 고맙고 감사했다.
힘 없이 누워만 있던 첫날과 다르게 아이는 둘째 날부터 조금씩 움직일 힘을 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마음을 쓸어내렸지만 한편으론 더 긴장됐다. 겨우 꽂은 링거 주삿바늘이 빠질세라 초긴장 상태였다. 아이는 아플 법도 한데 주사가 꽂힌 팔을 아랑곳 않고 낮잠이든 밤잠이든 평소 습관처럼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잤다. 그때마다 기다란 주사 줄이 몸에 칭칭 감겼고 그걸 다시 풀기를 수십 번쯤 반복했다. 오죽하면 병원에서 제일 많이 한 말이 "안돼"였을까. 정말로 그러면 안 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입원 3일째부턴 살짝 여유가 생겼다. 아이도 제 몸에 뭔가 달고 있다는 걸 조금은 의식하기 시작했다. 몸도 많이 나아져 환자용 유모차를 타고 옥상 정원으로, 편의점으로 산책도 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도 병원에서의 시간은 참 더디게 흘렀다. 병원 안과 밖, 서로 다른 시계가 존재하는 듯했다.
매 끼니마다 병실로 들어오는 환자식을 받아 아이를 먹이고 간호사가 시간 맞춰 가져다주는 약으로 호흡기 치료를 도와주는 것 외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무료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아이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아이에게나 나에게나 단둘이 있는 뜻밖의 시간이었다. 그 장소가 병원인 건 전혀 바라지 않았던 일이었지만, 온전히 둘만 있었던 게 언제였더라. 첫째가 태어나고 나서는 코로나에 걸려 격리될 때 외에는 한 공간에 둘만,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있어본 적이 없었다.
남편이 5개월간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를 봐주고 있던 터라 내가 아이를 보살피는 시간은 아침에 일어나서 등원 전까지, 퇴근 이후 잠잘 때까지 정도였다. 육아는 양이 아니라 질이라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짧은 만큼 놓칠 수밖에 없는 게 있다. 병원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됐다. 일일이 설명하긴 어렵지만 아이의 표정과 몸짓, 나에게 보내는 반응을 보고 자주, 많이 놀랬다. '언제부터 이런 것도 할 줄 알았지', '언제 이렇게 컸지'.
둘째는 사람을 참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내가 뻘쭘할 정도로 병원 곳곳에서 마주치는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첫 만남에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은 경계하며 피하기도 했지만 대체론 사람 좋아 보이는 인사를 건네며 다른 환자들의 입가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게 했다. 그 모습이 귀엽고도 사랑스러웠다.
아이는 이제 건강하다. 퇴원을 한지도 이 주가 넘었다. 사실 퇴원 뒤에도 기침, 콧물이 심해 병원을 찾았지만 다행히 크게 걱정할 일은 없었다. 이내 괜찮아졌고 먹는 것도 전처럼 아주 잘 먹는다. 입원과 퇴원을 겪으면서 일상이 참 소중해졌다. 육아가 힘들고 지친 건 여전하지만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를 되뇐다. 별거 아닌 생각이 무슨 주문처럼 일상에 편안함을 준다. 하긴 별 거 아닌 게 아니라 제일 놓치기 쉬운, 아주 중요한 사실을 잊고 산다.